'5%룰'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파이낸셜타임스(FT)의 신경전은 한국 정부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 같다. 5%룰이 외국투자자들을 차별한다는 FT의 기사는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5%룰은 한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취득할 때 보고의무를 강화한 증권거래법 조항이다. FT의 주장과 달리 이 조항은 국제기준의 표본처럼 받아들여지는 미국 증권거래법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외국인을 차별하기 위해 억지로 도입한 조항이 아니다. 그렇지만 5%룰에 대한 월가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FT를 매도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다.월가에선 5%룰 자체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그 규정을 도입하게 된 사회적 분위기나 정책 배경이 외국인들의 몸을 사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5%룰을 이렇게 평가했다. "법률로 따지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외국자본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조항이 새로 마련됐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든다고 하면서 외국 자본에 부담을 주는 조치가 계속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S&P 관계자도 같은 투로 논평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5%룰은 국내 투자자에 똑같이 적용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은 소유구조나 지배구조가 다르다. 한국 재벌은 여러 계열사를 통해 특정 회사의 주식을 각각 5% 미만으로 매입,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5%룰이 똑같이 적용되지만 그 효과는 다르다." 5%룰에 대한 FT의 비판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비슷하게 해석하는 사람이 이곳 월가에도 적지 않은 것이다. 다음달 9일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월가를 방문한다. 경제 수장이 되면 인사치레로 들르는게 관행이다. 미 외교협회 강연도 예정돼 있고 신용평가회사, 투자은행 관계자들도 만난다고 한다. 5%룰이나 외국자본에 대한 세무조사 배경을 묻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한국에서 한 것처럼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내?외국인 동등대우란 점만 강조하려 해선 안된다. 그들이 갖고 있을지 모를 우려나 불안감,또는 혼선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