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사자)입니다. 스콜피온(전갈) 좀 바꿔주세요." "내일쯤 옥슨(황소)을 만나러 대구로 출장가야겠어."


'동물의 왕국' 현장이 아니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욕실제품 전문회사인 아메리칸스탠다드코리아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다.


고급욕실제품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 아메리칸스탠다드(본부는 미국 뉴저지 소재)의 한국법인인 이 회사에는 영업부 자재부 출하부 등 일반 기업에서 쓰이는 부서명을 찾아볼 수 없다. 건설사를 대상으로 하는 특판영업팀은 '스콜피온',프로젝트팀은 '드래곤(용)',서울·경기지역 관리팀은 '와일드 호스(야생마)',전라·광주 관리팀은 '라이온',대구·경북 관리팀은 '옥슨' 등 동물이름으로 불린다. 이들 부서명은 단순한 별칭이 아니다. 각종 문서나 파일,공식적인 업무 등에 사용된다.


동물부서명은 각 부서의 특성을 반영한다. '와일드 호스'는 서울·경기 지역의 광범위한 도소매 시장을 힘껏 달리며 영업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스콜피온'은 한번 잡으면 놓지 않는 전갈처럼 공격적인 프로젝트영업을 감행한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한승조 전무는 "동물팀명은 지난 93년 리엔지니어링의 일환으로 회사 조직을 개편하면서 추진됐다"며 "개성있는 팀명을 가진 뒤 팀의 결속력이 강해지고 회사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984년 설립됐으며 경기도 안산에 수도꼭지와 각종 욕실용 액세서리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두고 있다. 직원수는 1백90여명이며 지난해 5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