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노동현장에도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노조원을 따돌리는 ‘왕따문화’가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진국에서는 그런 문화가 없다.투쟁을 기치로 내걸어야 왕따문화도 생기는데 이같은 노동운동은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노조들은 투쟁보다는 근로자들의 고용보장과 임금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막무가내식으로 "나를 따르라"며 투쟁을 벌이는 모세조합주의는 선진국에선 발붙일 수 없다. 그러다보니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을 따돌리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왕따문화가 생길 수 없다. 파업을 함부로 강행할 수 없는 것도 왕따문화가 자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선진국에선 파업을 벌이게 되면 파업기금 등 돈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파업을 벌이더라도 나중에 협상이 타결되고 나면 타결축하금,생산장려수당 등 갖가지 명목을 붙여 파업기간 중 받지 못한 임금을 보충해주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파업을 신중히 결정한다. 만약 파업을 벌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지고 노조 집행부가 사퇴해야 한다. 무분별한 파업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다보니 억지 파업이 없게 되고 왕따문화도 생길 수가 없다. 실제로 지난 2003년 6월 독일 금속노조(IG메탈)가 동독지역의 근로시간을 38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이 실패한 뒤 노조간부가 일제히 사퇴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독일 노동단체에서 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원정현 국제노동재단 사무총장은 "선진국 노조는 상식적이며 합리적인 파업을 벌이기 때문에 파업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피해다니는 조합원이 드물다"며 "이러다보니 왕따문화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