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FTA 득실 ‥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홍식 < 삼성토탈 사장 hs.ko@samsung.com >
며칠 전 우리나라와 싱가포르가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사실은 이번에 협정을 맺게 될 싱가포르를 비롯 이미 지난해 4월 협정이 발효된 칠레 등 경쟁국은 30개국이 넘는 나라와 FTA 협정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 나라는 이제 겨우 2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언제 세계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날지 모른다. 최근 정부가 20여개국이 넘는 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을 통해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무역의존도는 70%에 이른다. 교역 규모로는 세계 12위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견제와 통상압력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는 이러한 견제와 압력의 문제를 FTA 체결로 풀어가고 있다. 이는 곧 세계시장의 블록화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실제로 3백여개에 달하는 지역 무역협정 중 FTA가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무역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FTA 체결을 미루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높은 관세 장벽 때문에 수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신흥경제국(BRICs) 등의 거대 성장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보호무역주의를 유지하다 보면 결국 개방형 세계시장에서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실제 FTA 미체결 국가에서 우리 기업은 수많은 불이익에 직면해 있다. FTA 체결은 많은 이익과 함께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한·칠레 FTA 체결 당시에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지 않은가 말이다.
부분 최적(最適)보다는 국가경제라는 전체 최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느 산업은 득이 되고,어느 산업은 망한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다.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고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는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개방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우위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별 게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준과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이다. FTA 체결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