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관행이 일조일석(一朝一夕)에 다 고쳐질 순 없지만 세상의 흐름이 긍정적으로 방향을 튼 것 같습니다. 세상이 '맑고 밝고 훈훈하게' 돼야 우리가 사는 생활터전이 낙원이 되지요." 오는 28일 원불교의 최대 명절인 90번째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좌산(左山) 이광정 종법사(69)는 요즘 세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18일 충남 논산시 벌곡면 양산리의 원불교훈련원 '삼동원'에서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다. 늘 '맑고 밝고 훈훈하게'를 강조해온 좌산 종법사는 개교 이후 90년 만에 1백40만 신도와 국내외 5백14개 교당을 갖춘 교단으로 발전한 원불교의 최고 지도자다. "이젠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면 설 땅이 없을 정도로 세상이 맑아졌어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예전보다 훨씬 훈훈해진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밝은 세상'을 위해선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합리주의보다 지역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편을 가르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거든요." 좌산 종법사는 대각개교절을 맞아 특별히 자력(自力)과 타력(他力)의 조화와 합일을 강조했다. 절대자에게만 의지하고 자기 수행을 게을리 하거나,수행에만 치중한 채 신심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일상생활에서도 나와 남은 서로 의지하고 도와야 할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사 갈등도 투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합리적 균형을 찾아야 한다"면서 "노동자나 사용자 없는 노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좌산 종법사는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서도 "망언이다,왜곡이다 말만 하지 말고 한·일 관계사,다시 말해 일본이 우리를 괴롭힌 역사와 우리가 일본에 문물을 전해준 역사를 정리하고 알리는 게 먼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