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나면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정부 내에서 한층 거세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재무부가 이달 말 의회에 제출할 예정인 무역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환율 조작국으로 '낙인'이 찍히면 불공정 무역국으로 분류돼 각종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1988년 제정된 무역법(Trade Act)에 따라 6개월마다 무역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무역법 제정 이후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뒤 양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통상압력을 강화했던 전례가 있으나,94년 이후에는 환율 조작국 지정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역적자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미 정부 내 분위기는 크게 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인 6백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3%인 1백39억달러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사상 최고치인 1천6백20억달러에 달했다. 미 정부 관료들은 중국의 수출 호조가 저평가된 위안화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위안화 저평가를 시정하지 않으면 자국은 물론이고 세계경제 전체가 심각한 불균형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미 의회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27.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FT는 "무역마찰을 우려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미 재무부도 더이상 국내 압력을 참아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