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46
수정2006.04.02 22:49
최공필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발(發) 경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초의 경기회복 기대가 다시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수출경기의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의 실적호조에 힘입은 소비회복 조짐은 고대했던 신호였다. 그러나 진정한 경기회복은 기업실적의 개선을 앞으로 낙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선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이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지탱해온 아시아국가들이 달러자산 포지션을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경제는 충격에 취약한 국면에 진입했다. 성장모멘텀이 돼왔던 세계적 불균형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은 채 불안한 균형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진국들은 경제적 조정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는 환율이나 금리 조정이 어려운 여건에서 큰 지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은 어떤 형태의 조정과정을 거칠 것인지에 상관없이 그동안 익숙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성질의 것이 될 것이다. 저금리 기조하의 환율안정을 기반으로 안정세를 보였던 경제가 충격을 받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경제 자체가 지닌 회복모멘텀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소비는 고용이 확대돼야 늘고 투자는 이윤기회를 찾을 수 있을 때 이뤄진다. 그러나 대외여건이 불안해지고 위험파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견조한 내수회복을 이끌어낼 추진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위험처리 및 분산능력면에서 극히 제한된 기능만 해왔다. 다양한 위험이 산재하지만 시장평가에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으며 구조적 문제도 각종 보증과 개입으로 가려져 있다. 시장의 기능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상장기업에 국한될 뿐이다. 금융의 제한적 역할은 결국 우리가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키고 기업의 활동영역을 크게 축소시키고 있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안정이 극히 제한된 기반에 서 있다면 이는 분명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우리의 안정토대가 다변화되고 확대돼야 앞에서 지적한 다양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회복세가 구현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금흐름은 극단적 위험기피 속에서 단기부동화의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상적 안정에 안주하고 있는 금융 현실은 투자주체들의 활동영역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현재 경기국면은 회복의 기대를 현실이 뒷받침해줄 수 없는 상황이며, 일시적 경기조정을 뜻하는 미국의 '소프트패치(soft patch)'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직면한 경쟁요소들은 임금상승을 제약할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기업은 그들 나름의 경쟁구도로 인해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수 없다. 경쟁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지 못한 우리경제는 산업공동화와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성장요소를 상실해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먼저 단기적 실적호전에 지나친 의미를 두는 것보다 내실있는 회복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천명은 개방된 금융환경에서 심각한 자원배분 왜곡을 초래한다. 인센티브와 이윤기회를 제공하되 공정한 경쟁환경을 강조함으로써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고용이나 수익성은 설비과잉에 봉착한 산업보다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한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 실제로 일부 낙후산업은 가장 좋은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분야의 개방과 적극적 개발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길이 된다.
셋째, 금융부문은 좀더 적극적인 위험파악과 분산 역할을 맡아 금융소외를 제거함으로써 낙후된 부문을 성장견인 부문으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기능의 약화로 인한 위험의 누적과 구조적 양극화는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며, 이는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