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인상 너무 미루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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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최근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대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6월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1.75%포인트나 올렸다. 문제는 세계적인 금리 인상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소비자 신용 확대와 주택가격 상승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빚을 내서 소비하기가 어렵게 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소비가 지금처럼 좋아지기 힘들게 된다. 경제 성장이 둔화될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저금리로 빌린 자금이 상대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몰렸는데 이제 이렇게 되기 힘들게 됐다. 금리 인상으로 세계 유동성이 긴축되면 신흥 시장에서 국제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실제로 최근 이러한 조짐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율 주가 등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후반의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시기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80년대 후반 천정부지로 오르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급락세로 반전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부동산 버블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뒤늦게 금리를 인상하는 바람에 버블이 일시에 붕괴되었다.
이후 10년 넘게 일본은 장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당시 국제 자금의 흐름은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였다. 미국이 먼저 금리를 올리자 미국으로 돈이 몰렸다가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다른 나라들이 고금리를 유지하자 국제 자금은 이들 나라로 다시 이동했다.
90년대 후반의 금리 인상은 IT(정보기술) 관련 주가가 폭락하는 주가버블 붕괴를 몰고 왔다. 당시 국제 자금은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강한 달러 정책을 편 미국으로 몰렸다.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이듬해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브라질 외환위기로 국제 자금은 보다 안전한 통화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에 두 가지 방향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우리 경제에 미치게 될 간접적 영향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기둔화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개방화돼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그대로 반영될 것이 뻔하다.
또 하나는 국내 금리에 미칠 영향이다.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당국은 현재 내수경기 부진을 이유로 당분간 금리를 인상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세계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국내 금리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해외 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빚어진다. 이로 인한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이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최근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는 국내 부동산가격이 더 치솟게 돼 버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고유가와 금리 인상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리 인상이 늦어진다면 부동산 버블의 붕괴와 그로 인한 후유증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90년대 초 일본의 버블 붕괴가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금리 측면에서 우리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먼저 정책당국은 세계 금리와 연동해 국내 금리인상을 너무 늦춰서는 안된다. 부동산가격 급등을 경험하고 있는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 인상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세의 둔화라는 악재는 금리를 통한 내수 진작보다 기업심리 회복,투자관련 규제 완화,공공투자 효율성 제고 등 금리 이외의 대책을 통해 극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과 금융회사들도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보수적인 경영과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