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국립대의 교수나 학생 수준은 서울대보다 분명히 떨어집니다.그러나 연구와 교육을 뒷받침하는 학교 행정력과 정부 지원은 비교가 안될 만큼 좋습니다.여기 있던 교수 몇 명이 서울에 가더니 연구 외 다른 일이 많아져 논문 편수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입니다." 싱가포르국립대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 교수 5명을 현지에서 만났다. 싱가포르국립대의 국제 순위가 약진('더 타임스' 2004년 11월 평가:싱가포르국립대 18위,서울대 1백18위)한 이유를 묻자 이들은 이같이 답했다. 한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이들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강의한 지 3∼5년 된 30대 후반의 젊은 교수들이다. "한국에 돌아오고 싶지 않으냐"라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A교수는 "가고는 싶은데 서울에 가면 당장 월급이나 생활 수준이 크게 떨어집니다. 사실 서울대 10년차 부교수보다 제 월급이 훨씬 많거든요"라고 말했다. B교수가 옆에서 거들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여기 외국인학교에서 자유롭게 배우는 아이들을 보면 과외에 시달릴 한국에 데려갈 자신이 없네요."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C교수가 물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학교가 들어온다면서요." 기자가 답할 차례였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전교조가 '귀족 학교'라고 반대하고 있으며 여당의원 상당수도 전교조와 입장이 같습니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과실송금 가능'조항을 없애고 내국인 입학비율을 10% 내로 제한키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해온 유치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겁니다.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과실 송금이나 내국인 입학이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외국 학교와 MOU(양해각서)를 맺었거든요.학교가 들어서려면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릅니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우수한 인재들이 고국에 돌아오지 않고 해외를 떠도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싱가포르=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