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 탈세혐의 270명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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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국내에서 탈세한 자금으로 해외부동산을 구입한 사람 등 고액 탈세혐의자 2백70명을 적발,종합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12일 "국세청 전산망을 통해 부동산거래 및 외환거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명백한 탈세혐의자들을 가려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국내에서 탈세한 소득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자 77명 △대형 유흥업소 47곳 △악덕 고리사채업자 50명 등이다.
또 기업자금을 직접 상속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불균등 감자 등을 통해 사전 상속을 한 혐의자와 부동산투기 혐의자도 포함됐다.
○구멍 드러난 '탈세 백화점'
이번에 혐의가 드러난 2백70명은 '탈세 백화점'이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형태로 세금을 포탈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제조업체 사장 C씨는 회사 돈을 빼돌려 부인과 자녀 명의로 미국에서 무려 7백20만달러어치의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이 적발됐다.
C씨는 해외사무소 경비 등으로 위장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녀에게 송금하고,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거나 임가공료를 과다지급하는 방법으로 현지법인의 자금을 마련한 뒤 이 자금으로 주택 3채와 빌딩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유흥업소는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4명 명의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탈루했다.
실제 소유주는 성인오락계의 큰손인 K씨와 폭력조직이지만 능력이 없는 여러 사람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수법을 사용,40여억원의 소득을 탈루하고 7억원의 세금을 부당하게 결손처리했다.
또 제조업체 사장 박모씨는 친인척 명의로 된 건설회사에 도급공사를 준 것처럼 꾸미고 부인 명의로 된 주유소에서 30억원어치 석유를 구입한 것으로 위장,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기업자금 2백20여억원을 유출한 혐의가 적발됐다.
이밖에 A씨는 국내에서 부동산을 판 뒤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45만달러의 부동산 매각대금을 뉴질랜드에 있는 자신과 딸의 계좌에 송금한 사실이 적발됐다.
A씨는 국세청 조사를 피하기 위해 지인 5명 명의로 송금을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세정신뢰 다지기' 총력전
국세청이 이례적으로 탈세혐의자 종합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과세 형평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다 아는 탈세혐의자를 방치하고는 세정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이주성 청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얘기다.
이주성 청장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기업의 변칙적인 기업자금 유출 등에 대한 세무관리를 강화하고 지역 유력인사들과 유착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 토호세력을 발굴해 엄정 과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30일간 진행되며,법령 위반자는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