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싱크탱크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대기업들은 그룹의 힘에 의존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발표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위기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쓰비시자동차가 최근 위기를 맞게 된 원인 중 하나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그룹이 지원해 줄 것이란 낡은 사고가 기업 체질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일본 자동차 업계 5∼6위에 올라 있는 기업으로,2003년과 2004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내며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9월 미쓰비시자동차 채권을 '도산우려 등급'으로 강등했으며,해외 파트너인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작년 4월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이처럼 미쓰비시자동차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지난 90년대 후반 미국 현지 자동차 공장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총회꾼에 대한 이익공여 사건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급속히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2000년에는 자동차 결함과 관련한 리콜 정보의 조직적인 은폐 사실이 적발돼 시장의 불신이 증폭됐고,이는 결국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사건들이 일어난 데는 과거 성공 경험에서 비롯한 외형·성과주의 경영이 한몫을 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분석했다.


90년대 초 경쟁업체 닛산이 고전하는 동안 레저용 차량과 경차 등에서 승승장구하자 무리한 사업 확장에 나선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 최대 재벌인 '미쓰비시'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사고가 위기 극복 능력을 약화시켜 위기를 장기화로 이끌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구본관 수석 연구원은 "이제 한국 기업도 그룹이 특정 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란 사고는 버려야 한다"며 "같은 그룹의 계열사를 더 까다로운 고객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