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암세포를 노화시켜 죽게 만드는 새로운 노화유전자를 발견해 눈길을 끌었다.
암과 노화 질병의 정복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은 이번 연구성과가 나온 데는 연구진뿐만 아니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한몫을 했다.
진흥원이 지난 2002년부터 이 연구를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선정,집중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연구개발(R&D)의 '인큐베이터'로 통한다.
진흥원은 지난해 9백50억원을 R&D 지원에 쏟아부어 신약과 바이오신제품 개발의 기반을 다졌다.
올해는 8.7% 늘어난 1천32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BT산업전략센터'를 설치해 바이오산업 육성전략 수립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경호 원장(55)은 이런 진흥원의 역할을 "제약·바이오산업을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 일궈내기 위한 핵심업무"라고 강조한다.
이 원장은 지난 2003년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산업현장의 요구에 발맞춘 R&D 지원에 적극 나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도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이 원장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본원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력은 아직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진흥원은 성공가능성이 높은 연구분야를 집중지원하고 R&D 인프라를 구축해 그 간격을 좁혀나갈 것입니다."
이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들어섰다.
그는 줄곧 보건복지부에 몸담으면서 보건행정분야 정책개발 수립에 힘을 쏟았다.
특히 약무정책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진흥원의 탄생에 기여했다.
보건복지부 사상 처음으로 1991년 R&D 지원 자금을 따낸 것이었다.
당시 R&D 예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던 과학기술부에서는 이에 반대했지만 그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이를 성사시켰다.
"당시 제약산업은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은 소외된 산업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앞장서 제약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죠."
당시 5억7천만원으로 출발한 보건복지부의 R&D 지원자금은 94년 1백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오늘날 1천억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원장은 2000년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 의약분쟁 조정에 힘썼으며 이듬해 차관자리에 올라 1년여 동안 근무했다.
2002년 오랜 공직 생활을 마감한 그는 지난 2003년부터 진흥원장을 맡아오면서 진흥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 원장은 새로운 환경변화에 발맞춰 진흥원 내에 고령보건산업팀,BT전략팀 등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직급을 타파해 보직을 배치하고 부서장 추천제를 실시하는 등 능력중심의 인사를 했다.
이 원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월 연임돼 다시 한번 진흥원을 이끌고 나가게 됐다.
이 원장은 올해를 제약·바이오산업 진흥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신약개발에 집중 투자해 2010년까지 8개의 바이오 신약이 나오도록 한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그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전략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량신약(제네릭의약품) 개발 지원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개량신약 개발에 18억원을 지원하는 등 육성을 강화해 2010년까지 20개의 개량신약이 나오도록 할 계획이다.
또 현재 6천3백30명으로 짜여져 있는 연구과제 평가인력 풀을 9천2백명으로 확대해 R&D 관리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 원장의 꿈은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그는 "70년대만 하더라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제약·바이오산업이 R&D가 뒷받침되지 않아 일본에 크게 뒤지게 됐다"며 아쉬워 한다.
지금이라도 고부가가치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적극 지원해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도록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한국은 우수한 인력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와 진흥원,업계가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