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23
수정2006.04.02 22:24
‘장미와 콩나물’이라는 TV드라마가 있었다.
장미는 미혼여성, 콩나물은 기혼여성의 상징으로 장미같던 여성(최진실)이 결혼 후 콩나물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다뤘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이어서일까.
콩나물에 비유되는 것도 많다. 쑥쑥 자라는 아이들은 콩나물, 만원버스나 지하철은 콩나물시루같다고 하는 게 그것이다.
서민적인 먹거리로 친근하고 부담없기는 두부도 마찬가지다. 중년층들은 아침 저녁 딸랑딸랑 소리와 함께 들리던 “두부 사려” 소리를 잊지 못한다.
두부장수가 지게를 내린 다음 커다란 판에서 한 모 두 모 베어주던, 아직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두부를 사던 일은 일상의 큰 기쁨이었다. 기왕이면 큰 쪽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이란.
두부와 콩나물은 이렇게 한국인의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식품이다. 둘 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콩을 재료로 하면서도 영양분과 기능은 다르다.
두부는 곡류에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칼슘 철분 비타민 B와 E가 들어있으면서도 열량과 포화지방 함유량은 낮은 건강식품이다. 게다가 만들 때 콩의 거친 섬유질이 사라져 소화가 잘된다.
콩나물은 자라면서 단백질 대신 비타민 C와 B1,B2 아스파라긴산 섬유질이 늘어나 건강과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비타민 B1은 탄수화물, B2는 지방에서 에너지를 만들 때 필수적인 것으로 부족하면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고 근육내 젖산이 증가해 피로해지기 쉽다. 콩나물국이 더없이 시원한 것도, 해장국과 아구찜이 소화가 잘되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포장두부와 콩나물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모양이다. 오랫동안 풀무원이 시장을 독점해오다시피 한 포장두부 시장에 지난해 두산이 뛰어든데 이어 CJ가 인공첨가제 없는 자연두부를 내걸고 진입하기로 함으로써 3파전이 벌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현재 두부시장은 4천억원(포장 1천8백억원). 콩나물 시장은 3천억원(포장 6백억원) 정도다.
경쟁이 심화되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실제 포장두부가 나오면서 같은 두부라도 부침두부 찌개두부 등 용도별로 구분되고 사용하기 좋게 반모씩 따로 담아놓은 것도 등장했다.콩나물도 봉지에 담아놓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값은 비싸졌고, 콩나물의 신선도는 보장되지 않고 다듬기는 불편하다. 기왕이면 좋은 품질의 두부와 콩나물을 값싸게 먹고 싶다면 과욕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