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몇 개나 되나요?" "현재까지 파악된 건 1곳 뿐이긴 한데…." 화마(火魔)가 강원도 양양 일대를 할퀴고 지나간 다음날인 지난 6일.한국은행은 산불피해지역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1백억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복구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그러나 정작 몇 개의 중소기업이,얼마나 자금이 필요한지는 거의 파악이 안 된 상태였다. 농림부도 마찬가지.농가당 5백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연 3%의 저리로 1백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재빨리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계획의 밑동은 부실했다. 계획발표 후 하루가 지난 7일에서야 겨우 현장조사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농가당 얼마를 지원할지는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는 게 농림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재난지역 농가에 필요한 돈이 실제로 1백억원인 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인 셈. 금융감독원도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재해복구자금의 저리융자 및 장기상환에서부터 △정기예금 납부기한 유예 △각종 보험금 납입기한 유예 △금융수수료 한시 면제 등이 총망라됐다. "관련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최대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김창록 금감원부원장)까지 제시됐다. 그러나 가만히 뜯어보면 대부분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할 일들이었다. 일단 생색은 금감원이 내고 뒤처리는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뜻은 아닌지…. 이번 산불피해가 예상보다 커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았던 '초대형 소방헬기'를 놓고는 관련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 양상도 나타났다. 산림청으로부터는 "초대형 헬기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예산을 따내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고,기획예산처로부터는 "올해부터 부처 예산을 일괄적으로 할당하는 '톱다운 방식'이 시행된 만큼 산림청이 알아서 다른 예산을 초대형 헬기 구입비로 돌리든지 했어야 했다"는 원론적인 설명이 나왔다. '재난발생→늑장대응→비난여론→생색내기용 전시행정…'.잘 짜여진 '한국형 재난대응 프로그램'의 현주소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