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엔 온라인 음악 시장만 남을 것이다." 한 음반업체 사장은 "최근 수년새 음악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며 이렇게 예상했다. 음악을 CD나 카세트에 담아 판매하는 시대는 5년안에 끝날 것이란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해 "영화나 음악을 CD에 담아 보고 듣는다는 게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며 CD의 종말을 예견했다. 오프라인 음악 시장은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성숙기에 접어든 2000년부터 매년 20% 이상 위축됐고 올해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음반 발매 급감 앞으로 몇년 후에는 음악을 CD나 테이프로 듣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수 있다. 무료 음악 사이트 난립에 MP3의 활성화,뮤직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의 출현으로 CD 발매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는 음반 판매량 10만장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CD 테이프 등 음반 한 장을 팔면 4천원 정도가 제작자에게 돌아온다. 음반과 뮤직비디오 제작,홍보비 및 활동비 등을 합하면 4억원 정도 들기 때문에 10만장이 손익분기점이다. 소위 '대박'이라고 하면 5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을 말한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0년 한해동안 18개나 됐던 50만장 이상 팔린 대박 음반은 2002년엔 5개로 줄었고 작년엔 아예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판매 1위인 서태지 7집 'Live Wire'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판매량은 48만2천장에 그쳤다. 1995년에 김건모가 '잘못된 만남'으로 2백60만장을 팔았던 것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대박은 고사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음반도 드물다. 2000년만 해도 한해에 81개까지 나왔던 10만장 이상 판매 음반이 지난해엔 26개로 줄었다. 올해는 20개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게 음반업계의 우울한 전망이다. 최근 국내 최대 도레미음반을 전격 인수한 블루코드테크놀로지의 강대석 대표는 "도레미는 앞으로 음악을 CD로 발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뮤즈온 등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검증받은 소수의 음악만 CD로 출시해 음반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팔리는 음악만 내놓겠다는 얘기다. ◆개정 저작권법이 촉매 지난 1월16일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은 음악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음악을 거래하던 네티즌들이 유료 사이트를 찾고 유료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큰 변화이다. 개정 저작권법으로 저작권자가 작곡가 작사가에서 음반사 가수 연주자까지 확대되면서 음원만 확보하고 있으면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음반사도 저작권을 확보한 이상 네티즌이나 사용기관으로부터 이용료를 받으면 된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발효를 계기로 온라인 불법 콘텐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6월부터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광부가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6월 이후엔 불법음악 사용자들도 상당수 제도권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벅스의 전면 유료화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음악업계는 벅스와 소리바다 회원 2천만명 중 올해 안에 5백만명이 유료 음악 사이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만 감안해도 온라인 음악 시장은 하반기에만 1천억원 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