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12시께 강원도 양양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형화한 원인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험난한 지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마디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3대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동해상에서 불어온 강한 바람이 대형 산불을 야기시켰다고 할 수 있다. 바다에서 강풍이 불면서 4일 오후 7시 강원 속초시와 고성군,양양군,인제군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여기에다 동해안 지역은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높새)현상 때문에 눈이나 비가 내려도 대지가 금방 건조해지는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백두대간에서 동해안에 걸쳐 있는 가파른 지형 조건으로 물기를 오래 저장하지 못해 산불에 취약한 편이다. 또 바람 방향도 수시로 바뀌면서 산불진화 작업을 더욱 더디게 하는 등 산불 대형화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송진 등으로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한 소나무 산림이 많은 것도 동해안 산불 대형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지형과 기상 등 여러 악조건 때문에 동해안지역은 봄철에 작은 불씨만 있어도 거센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4일 오전 강원도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부터 시작된 산불은 수목과 잡초를 제거하는 이른바 '사계청소(射界淸掃·Clearing the Field of Fire)'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