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읽기’와 ‘쓰기’를 ‘인풋’과 ‘아웃풋’에 비유해 설명했다. 수많은 책을 읽고 양질의 정보를 투입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만의 이야기로 무언가를 쓸 수 있다며 “100권의 독서 인풋이 있어야 1권의 아웃풋이 나온다”는 ‘100 대 1 비율’을 제시했다. 훌륭한 아웃풋을 위해서는 충분한 인풋이 필요하다는 얘기다.블로그와 소셜미디어 등이 현대인의 주요 소통 공간이자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감하는 댓글을 달지만 그곳에 올라온 글 가운데 상당수는 별로 진심이 묻어나지 않는다. ‘자동응답 메일’처럼 느껴질 만큼 천편일률적이다.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책 제목에는 ‘언어화’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좋아요’를 언어화하는 기술> <순식간에 언어화하는 사람이 잘된다> <언어화 대전> <리더의 언어화> <이렇게 머릿속을 언어화한다> <언어화의 마력> 등 제목에 ‘언어화’를 쓰는 게 유행인 듯하다. 여러 책 가운데 <‘좋아요’를 언어화하는 기술(「好き」を言語化する技術)>의 인기가 가장 뜨겁다.서평가이자 작가로 교토시립예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미야케 가호가 쓴 책으로, 아이돌과 다카라즈카(여성 극단)에 흠뻑 빠진 저자가 나름대로 터득해 온 ‘추천 글’ 잘 쓰는 법을 소개한다.‘좋다’ ‘재밌다’ ‘대단하다’ ‘미쳤다’ 같은 단순한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관점
지난해 프랑스 통신사 AFP는 한국의 커피 문화로 ‘얼죽아’를 조명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줄인 말로 추운 날에도 차가운 커피만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다. 는 등단 시인이자 커피 연구자인 진용선이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커피가 어떻게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료가 됐는지 보여준다. 구한말까지 가장 대중적인 음료는 숭늉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커피가 한국인의 삶에 스며들었다. 커피는 힙한 문화의 상징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됐다. 아이스커피는 다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다. 한국인의 얼죽아 사랑엔 꽤 깊은 역사가 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 전투식량에 있던 인스턴트커피가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돼 많은 사람이 커피를 즐겼다. 저자는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커피가 한국 사회를 바꾼 제품이라고 한다.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를 집과 회사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마실 수 있게 돼서다. 커피에 대한 벽이 완전히 사라져 모든 사람이 저렴하고 쉽게 커피를 마시게 됐다. 여기에 커피 자판기가 더해져 커피는 국민 음료 반열에 올라섰다.커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주인공처럼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 순간엔 늘 커피가 함께 있었음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우연이 아님을 깨닫는다. 최종석 기자
현명한 투자자는 안갯속에서도 기회를 찾는다. <세계 정세가 한눈에 읽히는 부의 지정학>은 남들보다 앞서 미래를 보는 법을 알려준다. 답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있다. 이재준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이 썼다. 향후 5년간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칠 국제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와 산업, 시장의 주요 위험 요인과 이슈를 분석했다.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관심이 뜸하던 지정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맞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등도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 실적과 직결된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골머리를 앓는 엔비디아가 그 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엔비디아의 주가는 같은 해 10월 10일 하루에만 3% 넘게 떨어졌다. 이후 중국 수출을 위한 저사양 AI 칩을 따로 개발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마저 통제하자 하루 만에 주가가 또다시 5% 가까이 하락했다.저자는 두 단계 방식을 제안한다. 정치적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를 위해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리더의 생각을 읽어내야 한다. 그다음에야 정치적 사건이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결국 ‘확률’과 ‘영향’의 기댓값에 따라 판단하라는 얘기다.향후 5년간 미국 내 경기 부양을 공언한 트럼프의 의중을 살펴보자. 자국 제조업 진흥을 위해 돈을 풀고, 수입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