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판교신도시에서 중대형 평형 공급을 늘려야 한다.' 요즘 부동산 전문가들이 사석(私席)에서 '쉬쉬'하며 자주 하는 말이다. 이런 주장을 공론화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에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공영개발로 임대주택 등 서민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마당에 무슨 망발이냐'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뭘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요즘 강남 집값,특히 재건축값이 오르는 것은 판교에 대한 실망감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강남을 대체할 수 없게 된 판교가 오히려 강남을 '귀한 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판교에 중대형 평형이 많이 공급되면 지금처럼 강남이 다시 과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들먹거리는 것은 지금의 낡은 아파트가 살기 좋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가치,즉 입지(땅)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미래가치가 확실했던 '알짜' 입지의 판교를 강남 집값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