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7]외국계펀드, 경영참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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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1]
개정 증권거래법에따른 5% 이상 주식대량 보유자의 재보고가 지난주말 마감됐습니다.
대규모 투자자들의 주식보유목적이 명확히 드러난 반면 외국계펀드의 실체에 접근하는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입니다.
이성경 기자 나와있습니다.
공시마감 결과부터 알려주십시오.
[기자]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닷새간 유가증권시장 798건, 코스닥 952건 등 모두 1,750건의 재보고가 이뤄졌습니다.
재보고 대상은 5% 이상 주식대량 보유자 가운데 경영참여 목적이 있는 주주입니다.
1,700여건이라는 엄청난 수치가 나온 것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해 왔던 오너 등 대주주들까지 모두 공시를 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고기간 동안 전체 상장사의 93% 이상이 공시의무를 이행한 반면 관리종목을 포함한 109개사는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경우 만일 지분분산으로 5% 이상 주주가 없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5% 이상의 지배적 대주주가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면 제재대상이 됩니다.
또 이번에 공시하지 않은 대주주는 단순투자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만일 경영참여를 하고 싶다면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어 금융감독원에 다시 보고해야 합니다.
[앵커2]
물론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소버린 등 외국계투자펀드의 공시내용입니다.
어떤 내용을 밝혔습니까?
[기자]
소버린은 지난 토요일 오후 마감에 임박해 일괄적으로 공시했습니다.
소버린은 공시를 통해 SK는 물론이고 LG와 LG전자의 경영에도 개입할 의사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주권 행사의 범위는 SK의 경우가 훨씬 강력했습니다.
소버린은 SK에 대해 회사의 정관변경은 물론 이사-감사의 선임과 해임, 직무정지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보유형태는 14.85%의 주식을 크레스트증권, 레전드증권 등 5개의 펀드에 분산.보유하고 있으며 의결권 행사는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의 지휘 아래 이루어지기로 약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식 취득자금은 자체 보유현금과 다른 주식의 처분대금으로 조달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소버린은 그러나 LG와 LG전자에 대해서는 경영참여 의사는 있지만 이사해임 등에는
간여하지 않겠다며 SK에 비해서는 훨씬 완화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앵커3]
소버린 이외 다른 외국계펀드는 어땠습니까?
[기자]
삼성물산 주식의 불공정거래로 물의를 빚고 있는 헤르메스가 3개기업에 대해 공시를 했는데 현대산업개발(7.03%)의 경우 경영참여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반면 현대해상(5.5%), 한솔제지(5.19%)에 대해서는 단순투자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국내 제약주의 큰손인 바우포스트는 현대약품(12.59%) 환인제약(11.1%) 등 무려 8개의 제약회사를 공시했으며 모두 경영참여를 위한 투자대상으로 신고했습니다.
또 외국펀드는 아니지만 영국계 슈로더인베스트먼트가 100% 출자하고 있는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또한 빙그레(10.05%), 한샘(15.18%) 등 19개회사에 대해 적극적인 경영개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에 대한해운의 지분 21.09%를 가진 골라LNG와 현대상선의 지분 8.9%를 가진 게버렌트레이딩, 현대산업개발 지분 18.53%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계 템플턴자산운용은 이번에 재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3개사는 별도의 재보고 없이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금지됩니다.
[앵커4]
이번에 주식보유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은 물론 주식취득자금의 조성경위까지 밝히게 함으로써 외국계펀드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는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의 보고양식만으로는 당초 기대됐던 자금의 원천 즉, 펀드의 실체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입니다.
주주의 자금원을 밝히기 위한 자금조성내역의 양식을 살펴보면 자기자금인지 차입금인지 선택만 하면되고 조성경위 항목도 엉성하기 그지 없습니다.
실제로 소버린은 자금조성 경위를 "자기 보유현금과 다른 주식의 처분대금"이라고 밝혔고 바우포스트는 "증권투자를 위해 조성된 자금의 일부"라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기입했습니다.
즉 소버린이나 골라LNG 같은 투기자본의 실체에 접근하는데는 실패해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5]
이외에도 나타난 특이사항 정리해 주십시오.
[기자]
잠복해 있던 M&A 가능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경우도 많았습니다.
대우자동차판매의 지분 8.55%를 가진 그린화재는 이사파견 등을 통해 대우자판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LG홈쇼핑의 지분 5.44%를 보유중인 한진도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했습니다.
한진이 물류회사라는 점에서 LG홈쇼핑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이밖에 현대약품에는 13.2%의 지분을 가진 개인투자자가 경영참여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6]
이번 재보고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해 주십시오.
[기자]
개정 증권거래법은 이미 오랜기간 경영권을 잡고 있는 일명 오너들도 개정서식에따라 모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관행상 경영권을 행사해왔던 오너들의 권한이 이제 서식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기술적으로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됐습니다.
대기업의 경우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정보에 어두운 중소기업 가운데서는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일부 내용을 누락하거나 허위기재해 정정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이번 공시를 통해 기업의 지분구조가 외부에 공개됐다는 점입니다.
자금출처와 조성경위까지 모두 밝혔기 때문에 숨겨진 우호지분 등도 모두 드러나게 됩니다.
이경우 기업의 지분구조 매트릭스가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오히려 적대적M&A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이번 조치는 기존 대주주의 M&A 방어수단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실시된 것인데 외국계펀드의 실체접근에는 실패하고 오히려 기존 주주의 지배구조가 드러나는 결과를 낳을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