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중심주의'의 원칙이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강동시영아파트 사건의 심리가 4일부터 본격화된다. 공판중심주의란 검찰의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유·무죄를 판단해온 기존 '조서재판' 방식에서 벗어나 구두변론 등 법정 진술을 토대로 형사범죄의 실체를 가리는 형사재판 방식이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 공정한 재판을 받을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 따라 2003년 제도가 도입됐지만 그동안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강동시영아파트 사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부장판사)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사실상 처음 적용,4일부터 3주간 매주 월·수·금요일에 관련 증인 1∼2명씩을 불러 진술을 들을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참고인들이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를 읽고 법정에서 간단한 증인신문을 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건에서는 '백지상태'에서 증인진술을 듣게 된다. 다른 형사재판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면 우리 법정에서도 외국영화처럼 검사와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현실에서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이번 사건처럼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게 되면 변호인들이 변호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어떤 증인이 무슨 진술을 할지 몰라 오히려 검찰이 칼자루를 쥐게되는 역효과가 발생할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부와 담당 사건 수가 변화하지 않는 가운데 '집중심리'만을 진행하게 되면 재판부에 과부하가 걸려 결국 다른 재판만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은 올 2월 발간한 '새로운 형사재판의 현황과 전망'을 통해 현 상황에서는 "공판관여 검사에게 수사기록을 조기에 제출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