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는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플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은 변동성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2월 핵심소비자물가(CPI)가 전년 동기에 비해 0.4% 하락했다고 지난 주말 발표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전문가들의 예상치(0.3%)보다 더 큰 것이며,월간 하락폭은 2003년 6월 이후 최대치다. 이는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는 등 일본 경기의 회복조짐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지난 7년여 간 이어진 디플레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 디플레 심화는 전기·통신 등 공공요금 인하가 주도하고 있다. 개방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전기·통신 업체들이 요금을 내리면서 소비자물가 하락폭이 더 커졌다. 물가가 예상보다 큰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일본(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 재무상은 핵심소비자물가가 발표된 뒤 가진 정례 뉴스브리핑에서 "CPI 하락은 완만한 디플레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행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도 디플레 타개를 위해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행에서 일하다 UBS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시라카와 히로미치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 것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물가 하락을 초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올해 안에 디플레가 타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공공요금을 제외한 여타 물가는 하락폭이 둔화되는 추세라며 하반기부터 디플레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