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기업들의 3분의 1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들의 의결권행사에 차등을 두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는 적지않은 시사점을 준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우리와 달리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경영권 불안 없이 기업활동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다. 실제 스웨덴 통신업체인 에릭슨 대주주는 최고 1천배까지 의결권을 행사하는 특별주식을 갖는 등 유럽은 기업들을 요새화한다는 비난까지 받을 정도다. 하지만 경영권 보호 강화는 유럽만의 얘기가 아니다. 주주가치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적대적 M&A가 자유로운 미국도 요즘은 이사회의 제3자 주식발행이나 다수의결권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일본도 관련 상법개정과 규제완화가 이뤄지는 등 이제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각국 정부가 이처럼 자국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더욱 더 노력하는데 유독 우리만 그렇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일부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받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기업 경영권을 위축시키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우리 스스로 기업들을 폄하한 탓"이라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엊그제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누차 강조했지만 기업 지배구조는 정부가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기업들 스스로 선택할 사안이다. 정부가 경영권을 제한하면 기업들은 투자확대 등 공격적인 경영보다 경영권 보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경쟁력 약화마저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경영권 불안을 최소화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출자총액규제나 계열금융기관 의결권 제한제도를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유럽에서 시행하는 차등의결권제도 등도 신중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