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자산거품' 과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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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자산 거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거품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스티븐 펄스타인은 23일 "부동산 주식 채권 원유 등 주요 자산시장의 거품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체적인 자산 거품=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의 부동산에 심각한 거품이 끼어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택구입시 월 할부금이 월 임대료보다 평균 8%,일부지역에서는 50%까지 비싸다. 단순 투자목적의 주택매입 비율도 30%에 육박하고 있다.
유가에도 거품이 끼어있다. 에너지 전문가인 필 벌리거는 "유가 상승은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헤지펀드와 대학기금 등의 공격적인 선물시장 참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채권 거품도 심각하다. 위험한 정크본드에도 자금이 몰려 정크본드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과의 차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때 10%포인트까지 올라갔던 이머징 마켓 채권의 스프레드도 이달 초에 3.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업체에 싼 이자로 큰 돈을 선뜻 꿔주는 것을 보면 주식시장에도 거품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거품 예언가로 유명한 워런버핏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4백30억달러를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도 주식시장 거품의 간접증거다.
◆저금리가 원인=펄스타인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며 "저 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주범이라고 밝혔다.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취해온 저금리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디플레 탈출을 위해 수 년 간 제로금리 정책을 써왔고 미국의 금리는 3년 넘게 물가상승률을 밑돌았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위안화를 방출했다.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회장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유동성 거품이 걱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은행들이 각성해야=펄스타인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거품은 터지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시장을 방치하다가 90년대 말 이후 주가 폭락을 불러왔다"며 그린스펀이 지금도 안이하게 시장에 대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린스펀은 거품경제와 실물경제(real economy)와는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자금이 신속하게 전 세계 각종 자산으로 이동하는 시대에는 이 같은 생각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987년 10월19일의 '블랙먼데이'와 같은 사건이 또 다시 터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점증하는 무역적자 △환율불안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 △주식 공급물량 증가 △중동정세불안 등 당시와 지금의 경제 여건이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가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져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일시적으로 주식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