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지수 1000대 마의 벽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尹桂燮 <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
지난 16년간 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한 것은 이번까지 네번째다. 주가지수가 1,000을 넘으면 평균 2개월 내에 다시 하락했기 때문에 이번 돌파가 계속 1,000 이상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2년간 지루했던 경기침체가 회복하는 조짐으로서 주가 회복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1,000이 다시 맥없이 무너지자 급등 뒤에 급락이라고 투자자들은 한숨이다.
증권시장의 활황은 투자자들의 미래 가처분 소득을 높여 소비가 늘어나게 되고 기업매출이 증가해 다시 투자확대가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주가지수가 왜 1,000만 돌파하면 맥을 못추는가 하는 점과 과연 다시 오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주가지수는 1980년 1월4일의 주가지수를 100으로 할 때의 상장주식 시가총액을 가중치로 한 지수로서 1989년 4월에 이미 1,000을 돌파했다가 지루한 횡보현상을 보여왔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주식의 주가수익비율은 세계적인 경쟁기업들에 비해 매우 낮아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투자수익률이 매우 낮아서 증권시장을 외면하게 돼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주식투자비중이 낮은 나라가 됐다.
주가지수 변화는 전체 주식시장의 주가가 오르고 내림을 보다 알기쉽게 표현한 것일 뿐 1,000이든 2,000이든 큰 의미가 없다.
단지 투자자 심리면에서 어떤 알기 쉬운 지표로 나타내기에 편리할 뿐이다.
투자자의 편에서 볼 때 주가지수가 올라가도 보유한 종목이 안 오르면 괜히 배만 아플 뿐이다.
따라서 주가지수가 올라갈 때 투자자산도 같이 증식효과를 얻으려면 시가총액이 큰 대형 우량주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대형 우량주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실질적인 감자를 했고, 대주주들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유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 유동주수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것이 주가가 계속 올라갈 수 있다는 증거 중에 하나다.
증권시장은 가격이론에서 보는 논리가 잘 적용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요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 유사이래로 저금리 기조가 정착돼 있으며 4백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다른 나라 시장이나 외국기업에 비해 주가수익비율이 매우 낮아서 투자대상으로 좋아 보인다.
이것이 최근에 증권예탁금이 급증한 이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98년 이후 상장기업의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 경영의 투명성 면에서 부족하고 무엇보다 지난 16년동안 증권투자수익률이 매우 저조해 투자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가 환율변동과 석유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전망이 불안하다.
시장외적으로는 북한 핵문제가 도사리고 있고,정치권은 경제 정책을 정치적 논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편으로 규제개혁을 외치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국민들은 어느 나라보다 반기업 정서가 강해 기업경영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우리 상장기업의 40% 이상을 외국인들이 소유하게 했으며 우량 상장기업은 60% 이상을 외국주주들이 소유해 기업과실을 우리 투자자들이 향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주가지수가 상승하기 위해선 수요요인이 공급요인을 능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우리 증권시장에 보다 많은 우량종목이 상장되고 상장기업의 경영실적이 향상돼 배당수익률이 금리를 상회한다면 주가지수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될 것이다.
또 단기매매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보다는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기관투자가가 증권시장의 중심이 돼야 한다. 투자수익의 안정과 투자의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기관투자가는 증권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주가지수는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기에 투자자들은 증권시장이 하락할 경우 주가지수보다 자신이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기회로 삼아 향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