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스포츠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헤라클레스' 심정수(30)가 장기인 장타력을 뽐내며 오랜 만에 이름값을 했다. 한국 프로 종목을 통틀어 최고액인 4년간 최대 40억원(계약금 20억원, 연봉 7억5천만원)을 받고 사자군단에 합류했으나 시범경기 초반 일시적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심정수가 한 경기 홈런 3방을 작렬하며 부진 우려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것. 두산과의 시범경기가 열린 19일 잠실구장. 전국 구장 중 홈플레이트에서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가장 긴 125m이고 좌우도100m나 되는 잠실구장은 심정수의 홈구장이 된 대구구장(중앙 117m, 좌우 95m)보다 5∼8m 길다. 하지만 이날 좌익수가 아닌 4번 지명타자로 나선 심정수는 전날까지 14타수 3안타(타율 0.214)의 무거운 방망이를 돌렸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 1회초 2사 2루에서 첫 타석에 오른 심정수는 볼카운트 1-2에서 상대 선발 맷 랜들의 124㎞짜리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2점홈런(비거리 125m)으로 타격감을 조율한 심정수는 3회 2사 2루 찬스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났지만한번 달아오른 방망이가 또 다시 불을 뿜었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서 랜들과 3개의 파울을 걷어내는 끈질긴 승부 끝에 8구째 슬라이더를 당겨쳐 좌월 솔로아치(비거리 110m)를 그렸고 8회에도 바뀐 투수 박정배를 상대로 볼카운트 0-3에서 136㎞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135m짜리 큼직한 연타석 1점아치를 그렸다. 방향은 우중월과 좌월, 중월로 가리지 않았고 비거리도 겨우내 훈련으로 배가된강력한 파워를 입증했다. 심정수를 믿고 기다렸던 선동열 감독은 혼자 4점을 뽑으며 4-0 승리를 이끈 `토종 거포'의 부활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4년간 총 39억원에 데려온 FA 민완 유격수 박진만이 부상으로 정규시즌 개막전출장이 불투명하지만 타선의 핵인 심정수가 짜릿한 손맛을 찾은 것은 사령탑 데뷔첫해 호화 멤버를 앞세워 우승을 노리는 선 감독으로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는것. 지난해 부상 여파로 22홈런 등 타율 0.256에 그쳤던 심정수는 속 마음을 드러내지 않지만 팀 우승과 함께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2년에는 46홈런을 때렸지만 1개 차이로 이승엽(일본 롯데 마린스.당시47홈런)에게 홈런왕을 빼앗겼고 2003년에도 이승엽이 아시아홈런신기록(56개)을 세우는 바람에 53개를 펜스 밖으로 넘기기도 2인자 꼬리표를 떼지 못했기 때문. 시범경기 들어 처음 대포쇼를 펼치며 연봉킹에 걸맞은 활약을 한 심정수는 "타율은 좋지 않았지만 삼진이 적고 컨디션도 괜찮아 큰 걱정을 안했다. 부담없이 방망이에 공을 맞출려고 해 스프레이 홈런이 나온 것 같다. 홈런왕은 큰 욕심이 없고 부상없이 126경기를 소화해 팀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