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02
수정2006.04.02 21:05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배럴당 56달러(WTI기준)를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국제유가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향후 2년내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은 상태다.
당초 올해에는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수급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고유가 충격이 예전보다 작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연일 급등하고 있는 유가가 국내외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지속상승 전망 우세
국제유가가 올 들어 예상외로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의 향후 진단은 '추가 상승'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현재의 원유 수급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하락세 반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부사장 겸 상품부문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그릴리는 "국제유가가 수급 불균형으로 조만간 배럴당 60달러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술 더 떠 "10년 안에 9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이코노미스트 데보라 와이트도 "3분기에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아드난 시합 엘딘 사무총장은 "심각한 공급차질이 빚어질 경우 향후 2년 내 8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16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고,공급은 점차 부족해지는 상황"이라며 이례적으로 고유가에 직접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에서는 유가가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분기에는 석유수요가 가장 적은데다 지난해 상품가격 급등의 주요인이었던 중국의 수요증가세도 둔화될 것이라는 게 안정론의 배경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OPEC이 회원국의 증산을 통제하지 않고 있어 고유가 지속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산유국 증산여력 고갈
유가가 상승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는 최대 이유는 무엇보다 빡빡한 수급상황이다.
특히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여력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면서 향후 수급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유량을 늘리기로 한 OPEC의 결정이 오히려 증산여력을 고갈시켰다는 분석이 확산되면서 유가가 오른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OPEC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산유시설에 거의 투자를 안한 탓으로 현재 하루 증산여력이 1백만배럴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며 여타 산유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증산여력 고갈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약한 수급상황을 이용한 투기세력들의 원유매집도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선물가격의 상승쪽에 투자하는 롱포지션이 그 반대인 쇼트포지션보다 7만6천6백63건 더 많아 '순 롱포지션'이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도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달러화 약세로 실질구매력이 떨어지자 산유국들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잇따라 원유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