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납품업체 IR '한숨' ‥ 밝히면 눈밖에 나고 숨기면 불성실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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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LCD(액정표시장치)·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IR(기업설명회)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자신들의 경영비밀이 새나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LCD·반도체의 장비·부품 수주 사실에 대한 공시를 입막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필립스LCD는 최근 LG필립스LCD로부터 장비를 수주하더라도 관련 공시에 수주금액과 장비 숫자,단가 등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협조 공문을 협력 업체들에 보냈다.
이전에도 국내 LCD업체들이 관련 장비기업의 수주 공시나 보도자료 내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엔 금액과 숫자 등도 일절 함구토록 강도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사전 검열 방식을 쓰고 있다.
발주 때 장비업체의 공시계획을 미리 체크해 보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수정한 이후 공시토록 하고 있다.
LCD업체들이 코스닥기업에 발주 내용을 제한적으로 공시토록 요구하는 것은 국내외 LCD 경쟁업체들이 공시 내용을 분석해 LCD 생산라인 공정 진척 정도와 장비 단가 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장비업체 IR 담당자들은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수주인 데도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한 LCD 장비업체의 IR 담당자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이 공시를 보고 문의를 해오지만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칫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코스닥시장본부 공시팀 관계자는 "경영활동에 관한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면 수량이나 단가 등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수주금액 물품명 등은 투자자들에게 중요 참고자료이기 때문에 밝혀야 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