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있어도 즐거운 '네버랜드' .. '몰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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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할 일이 있어요. 시계 바늘을 한 시간 앞으로 돌려 놓는 거죠."
쿠룸바 리조트에서 스피드 보트로 20분 달려 닿은 바빈파루섬의 반얀트리 리조트.
총 지배인 프랑수아 휴잇씨가 영문 모를 소리를 한다.
시간대를 벗어난 것도 아닌데 시계 바늘을 한시간 앞으로 돌리라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뭐, 별 것은 아니에요. 몰디브의 일부 리조트는 수도인 말레 시간에 한시간을 더한 시간을 쓰는데 그걸 '아일랜드 타임'이라고 하죠. 반얀트리에선 특별히 섬의 이름을 따 '바빈 타임'이라고 합니다. 손님들의 시차적응을 돕고, 무엇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함으로써 몰디브의 태양을 더 오래 즐기라는 뜻이 있어요."
배정된 방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산호모래 해변에 상을 차리는 '샌드뱅크 다이닝'이 예약돼 있다.
식탁 아래 모래밭을 빙 둘러 작은 불빛이 흔들거린다.
팔뚝 깊이로 판 좁은 구멍 아래 촛불을 놓아 두었다.
동쪽 하늘 높이 떠오른 하얀 보름달, 그 달빛이 밤의 검은 옷으로 갈아 입은 바로 앞 바다의 잔잔한 물결 위에 부서진다.
식탁 위의 굵은 촛불과 야외 리셉션데스크 앞 두개의 커다란 가스횃불에 마주한 동행의 얼굴이 부끄럽다는 듯 발갛게 달아오른다.
맨발에 전해지는 식탁 아래 모래의 감촉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한층 농익은 어둠이 부드럽게 출렁인다.
저녁식사에 이런 호사가 없다.
입만이 아니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살려 만족시켜주는 만찬이다.
특히 신혼부부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겠다.
저녁식사 시간이 얼마만큼 빨리 흐르는지 손목시계를 차지 않은 사람이라면 확인할 도리가 없다.
그것은 대낮에도 마찬가지다.
리조트 내 어디에서도 시계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객실에도 리셉션데스크에도 그 흔한 벽걸이 시계 하나 걸려 있지 않다.
"누구도 시계를 찾지 않기 때문이지요. 모두들 시간에 얽매였던 평상시의 생활을 철저히 잊으려 하는 것 같아요." (아미나스 아메드 유니버설 리조트 마케팅 담당)
대낮의 반얀트리는 한밤의 낭만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펼쳐보인다.
마치 '네버랜드'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섬 중앙 시원스레 뻗은 열대의 숲은 진초록을 자랑한다.
숲 사이사이에는 한눈에 혹할 정도로 예쁜 빌라가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
그 바깥쪽으로 눈부신 산호모래 해변이 둘러쳐져 있고, 그에 이어 산호바닥의 얕은 비취빛 바다, 그 너머 인도양의 진초록 바다가 오묘한 색의 띠를 이루고 있다.
가까운 곳의 또다른 섬 풍경, 그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도니(몰디브 전통 배)의 이국적인 모습도 멋지게 어울린다.
햇살은 어찌나 강렬한지 눈에 아릴 지경.
해변에 반사되는 빛은 바로 보면 눈이 상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풍경이 반얀트리 리조트만의 자랑인 것은 아니다.
몰디브 내 87개(몇몇 리조트는 쓰나미 피해로 수리 중이며 대부분은 쓰나미 직후에도 정상영업) 아일랜드 리조트는 모두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모두들 섬 한개에 리조트 하나가 있는 형태다.
쓰레기는 모아서 쓰레기섬에 버리고, 해수 담수화설비로 식수를 만들며 전기도 자가발전으로 해결한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교통편은 경비행기와 스피드 보트.
섬 내에서는 골프장처럼 전동카트를 쓴다.
리조트별 객실의 종류와 수준, 그리고 서비스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리조트 섬이 아주 작다는 점도 똑 같다.
대충 걸어서 30분 정도면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다.
그런 만큼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갑갑증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게 몰디브가 자랑하는 아일랜드 리조트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육지의 패키지 여행처럼 바삐 움직일 일이 없으니 지겨워질 때까지 게으름을 피우며 쉴 수 있지 않느냐는 것.
눈으로 보는 풍경, 정성 들여 차리는 음식, 코로 맡고 살갗으로 느끼는 바람결만으로도 몰디브 여행을 위해 들인 공을 충분히 뽑고도 남는다.
물방울이 피로를 풀어주는 자쿠지를 이용하며 객실에서만 둘이 보내도 좋고, 온종일 스파를 즐기며 왕과 왕비 같은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물론 바다는 늘 열려 있다.
스노클링이 환상적이다.
생김새가 다르고 색깔도 천차만별인 열대어들이 다른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스노클링을 하는 산호초 지대는 물이 수정처럼 맑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깊지도 않아 물을 무서워하는 어린 아이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반얀트리 리조트의 경우 '블랙팁 리프 샤크'란 상어도 기르고 있는 등 독특한 물속 생물들을 볼 수 있다.
반얀트리 인근 이후루 섬의 앙사나 리조트도 마찬가지.
물 속 깊이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리조트마다 스쿠버 다이빙을 안내한다.
초보자 강습은 물론 전문 자격증 코스도 준비해 놓고 있다.
몸에 물을 적시지 않고 몰디브의 바다를 구경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잠수함 투어가 있다.
고래잠수함으로 이름붙은 이 잠수함은 말레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탈 수 있다.
물 속 40m까지 잠수하는데 수심이 깊어질수록 종류가 달라지는 물고기들의 군무를 볼 수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물고기는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
산호초를 들락거리는 귀여운 모습에 특히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몰디브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어른 키만한 참치와 낚시미끼, 코코넛과 향 짙은 커리, 신문지로 가늘게 말아 만든 옛 담배도 파는 말레의 재래시장이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는 길에 기다리고 있다.
몰디브=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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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몰디브의 정식명칭은 몰디브공화국이다.
현지인들은 '섬의 왕국'이란 뜻의 '디히베히 라아지'라고 부른다.
서남방의 인도령 래카다이브 제도 남쪽 인도양 상에 있는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도에서는 3백4㎞, 인도 동남부의 스리랑카에서는 6백50㎞쯤 떨어져 있다.
섬이 아주 많다.
1천1백92개(무인도가 9백92개)를 헤아린다.
몰디브란 이름이 유래된 산스크리트어 '말라 디비파'의 뜻도 '섬으로 된 화환'이다.
이들 섬은 남북 8백㎞, 동서 80 ~ 1백20㎞의 바다 위에 흩어져있다.
모든 섬은 두겹으로 둘러쳐진 26개의 환초(행정 편의상 20개의 환초로 구분한다) 안에 모여 있다.
섬은 크기가 아주 작다. 큰 섬이라고 해야 5㎢를 조금 넘는 정도다.
바다를 합치면 12만㎢에 이르지만 육지인 섬만으로 보면 면적이 3백㎢밖에 안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 섬은 또 표고가 매우 낮다.
섬의 4분의3이 표고 1.5m도 안되며 80%는 평균 파고보다 1m정도 높을 뿐이다.
수도는 북말레 환초의 남부에 있는 말레다.
국제공항은 말레 인근의 훌레섬에 있다.
인구는 30만명.
7만여명이 말레에 모여 산다.
나머지는 2백개의 섬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인구 1천명을 넘는 섬이 몇 안된다.
1백% 수니파 모슬렘이다.
12개 환초의 섬 중 87개의 섬이 휴양리조트로 개발되어 있다.
모두 1섬 1리조트 형태다.
최초의 리조트는 말레 인근의 쿠룸바 리조트로 1972년 10월 문을 열었다.
한국보다 4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루피아.
미화 1달러에 12루피아 선이다.
달러화가 통용된다.
연중 기온(섭씨 25~30도)이 높고 습기가 많다.
북동계절풍이 부는 11월~4월이 여행성수기.
여행 출발 전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
모든 여행자들에게 30일 관광비자가 주어진다.
왕복 비행기표와 리조트 예약이 되어 있으면 무사통과다.
리조트 예약이 되어 있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몰디브행 직항편은 없다.
보통 싱가포르를 경유해 들어간다.
싱가포르까지 6시간, 싱가포르에서 몰디브까지 4시간 걸린다.
싱가포르항공(02-755-1226, www.singaporeair.com)은 'SIA 몰디브 홀리데이'를 선보였다.
SIA 몰디브 홀리데이는 몰디브 현지 리조트에 머물며 스스로 짠 일정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꾸민 개별 자유여행 상품.
현지 리조트는 비야드후 아일랜드, 빌리바루 리조트, 반얀트리, 앙사나 및 유지버설 리조트ㆍ호텔 그룹의 바로스, 쿠룸바, 라구나, 풀문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리조트에 따라 스노클링 및 수상레포츠 기구와 스파 무료이용, 무료 저녁식사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싱가포르 경유 몰디브 왕복 일반석 항공권, 리조트 3박, 공항~리조트 교통(스피드 보트)을 포함, 2인1실 기준 1인당 88만원부터.
이 상품은 이달 말까지 판매하며, 여행 출발은 4월30일까지 매주 월ㆍ목ㆍ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