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명칭을 둘러싼 은행권의 논란을 계기로 새삼 각 은행 이름의 유래가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지난 91년 하나은행 창립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투자금융은 은행으로 전환하며 몇 개의 이름 후보를 정해놓고 고객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은행명칭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감독당국에서 승인을 불허,차순위였던 하나은행으로 작명하게 됐다. 우리은행이란 명칭은 지난 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면서 다시 등장했다. 합병은행 이름을 공모한 결과 '우리은행'을 선호한 사람이 8천1백92명으로 차순위인 '한빛은행'(1천7백48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역시 감독당국의 불허로 한빛은행이란 이름이 채택됐다. 한빛은행은 '한국금융을 빛낼 은행'이란 뜻이다. 이후 지난 2001년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면서 자회사인 한빛은행과의 이미지통일(CI) 필요성이 제기됐다. 감독 당국도 이를 승인,한빛은행은 지난 2002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지난 63년 출범하면서부터 사용되고 있는 국민은행의 이름은 말 그대로 '국민의 은행'이란 뜻이다. 정부는 당시 난립하던 무진회사 등을 통폐합하고 서민금융을 담당할 '국민은행법'을 제정했다. 주택은행과의 합병 때 명칭 변경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국민은행'이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가 워낙 높아 그대로 유지됐다. 외환은행이란 이름도 국민은행과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지난 67년 기업들의 해외영업지원 등을 위해 한국은행의 외환관리과를 외환은행으로 독립시켰다. '외환전문은행'이란 뜻인 셈이다. 조흥은행의 이름은 그 역사만큼이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1943년 일제는 전시 금융체제를 명분으로 당시 대표적 민족계 은행이었던 한성은행과 동일은행을 합병시켰다. 이에 두 은행 임직원들은 민족 은행의 자부심을 간직하자는 취지에서 조흥은행으로 이름지었다. '조선(朝鮮)을 흥(興)하게 한다'는 의미다. 지난 82년 설립된 신한은행의 이름엔 주주인 재일교포들의 한과 희망이 담겨 있다. 즉 '새로운(新)한국(韓)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의미다. 제일은행의 이름은 지난 58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1929년 설립된 조선저축은행(해방 후 한국저축은행으로 변경)이 일반은행으로 발전하면서 '으뜸'을 상징하는 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