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고등학생 큰 아들을 유학보낸 K산업의 김 이사.


그는 요즘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이 반갑기만 하다.


큰 아들에게 매달 1백만원을 송금할 경우 환율이 1천1백50원일 때는 달러화로 환산하면 8백70달러였지만 환율이 1천으로 떨어지면서 송금액이 1천달러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 사장은 환율 하락 탓에 울상이다.


딸의 유학을 앞두고 지난해 2만달러 상당의 여유자금을 예금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천1백50원.


하지만 최근 환율이 1천원선으로 하락함에 따라 그는 앉아서 3백만원을 손해봤다.


원.달러 환율하락에 따른 재테크 시장의 명암이다.


올들어 횡보세를 보이고 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22일 급락 이후,현재 1천원 선에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속도는 줄겠지만 상당기간 환율은 하락(원화가치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데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도 국제 외환시장의 불씨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9백80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유학생을 둔 부모나 해외여행이 잦은 사람들은 물론 직접 달러를 만질 일이 없는 개인들이라 해도 환율변동은 주가나 금리 등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의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테크 요령을 숙지,손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환율하락기 행동수칙


환율 하락기 행동수칙의 기본은 '달러는 빨리 팔고,늦게 사라'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달러가 필요할 경우 매입시기를 늦추는 게 좋다.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학비 등을 보낼 때 해외송금을 늦춰 환율이 추가 하락한 뒤 송금하는 것이 낫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달러화나 여행자수표보다는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는 경우 카드회사는 현지 가맹점의 물품대금 결제요구에 따라 가맹점에 달러로 우선 결제한 뒤 국내은행에 달러화 결제를 요구하게 된다.


이때 국내은행이 카드회사에 대금을 지불함과 동시에 물건을 구입한 고객에게 청구할 대금이 확정되는데 물건을 구입한 시점부터 청구대금의 환율이 확정될 때까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보통 3∼4일이 걸린다.


하지만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이용금액의 1∼1.3%의 해외 사용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예상되는 환율 하락폭과 환전 수수료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해외여행 후 쓰고 남은 달러가 있다면 도착 즉시 파는 게 낫다.


하지만 2∼3개월 안에 또 다른 해외여행을 예상하고 있다면 환전 수수료를 감안,그때까지 달러현금을 갖고 있는 것도 방법이다.


# 분할매수·분할매도


해외송금이 많은 사람이라면 외환거래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할매수·분할매도다.


주식투자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특히 요즘같이 환율이 급등락할 때 더욱 요구되는 방법이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최대한 늦게 송금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환율의 움직임은 귀신도 모른다.


따라서 특히 외국에 아내와 자녀들을 보내놓고 해외송금을 자주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이나 해외이주 계획 등으로 거액의 송금이 필요한 경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할매수 전략이 꼭 필요하다.


예컨대 2∼3개월 뒤 상당액의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30%가량씩 서너 번에 걸쳐 달러를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환율 등락이 이어질 때는 은행마다 고객별 등급 및 송금액수 등에 따라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 주거나 우대해 주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예금과 주식운용


환율은 주가와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개인들도 환율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환율하락은 통상 증시에 부담 요인이 된다.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강세) 한국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하락,기업 수익률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내수회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환율하락이 주가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하락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원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인다면 주가가 어느 정도 약세를 보이더라도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받은 배당금이나 투자차익을 달러로 환전할 때 얻는 환차익이 주가 약세분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하락은 일반적으로 금리에 대해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환율방어를 위한 실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용 국고채(환시채)를 발행하면 채권공급이 늘어 채권금리는 상승(채권값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율만을 재테크 변수로 놓고 볼 때 환율 하락기에는 대출은 서두르고 예금은 가급적 늦추는 게 좋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