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는 물러났어도 '이헌재 사단'은 건재하다" 이헌재 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퇴진을 계기로 금융권 곳곳에 포진한 이헌재 사단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 전 장관과 코드를 같이 하는 '사단'이 건재함을 들어 그의 퇴임 후에도 당분간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즉, 이 전 부총리가 금융산업과 시장에 대해 가졌던 구상 및 아이디어들이 이들 사단에 의해 투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중 이헌재 사단의 대표적 인물은 박해춘 LG카드 사장. 그는 삼성화재 임원으로 있다가 외환위기 직후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에 의해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발탁됐고 작년 초 다시 'LG카드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황영기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삼성증권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3년 말 이 전 부총리와 '이헌재 펀드' 구상을 함께 의논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11월 취임한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이 전 부총리의 야인시절 종종 술자리를 함께 하며 금융시장에 대한 의견을 나눴던 사이다. 은행 임원 중에서는 국민은행의 이성규,최동수 두 부행장이 이 전 부총리가 한국신용평가 사장을 지낼 때 같이 일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이 부행장은 지난해 '이헌재식 경영철학'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전 부총리가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금감위 국장으로 기용했던 민간출신 인물 중 이성남씨는 국민은행 감사를 거쳐 현재 금융통화위원을 맡고 있다. 또 서근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감위 근무를 마친 후 친정으로 돌아갔다가 최근 하나은행 부행장(등기이사)으로 내정돼 이번 주총에서 취임할 예정이다. 이들 외에도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금융계 인사로는 최흥식 금융연구원장,최범수 한국개인신용 부사장,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박종수 LG투자증권 사장 등 무수히 많다. 또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 등도 이헌재 장관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금융계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은 '시장원리를 최대한 존중하되,더 큰 시장개입을 피하기 위한 사전적 관치금융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대체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