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적임자 없는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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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방식이 상황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고 있다.
당선자 때는 공개적인 추천과 검증,임명에 이르기까지 '5단계 인사'가 강조됐다.
취임후 조각 때는 주위 사람들을 중용해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강금실·김두관·이창동 전 장관들이 그런 사례로 거론됐다.
1년쯤 지난 뒤부터는 청와대에서 함께 일해온 참모 중에서 골라 재기용하는 방식이 돋보였다.
반기문 외교·윤광웅 국방 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의 재기용 방식도 다양했다.
장관 발탁이나 외교직 전보(라종일·조윤제 대사),대학 또는 법조계로 복귀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인사업무에 자신감을 가진 듯했다.
올해 초 교육부총리를 교체할 때까지만 해도 인사 부실검증의 '매운맛'을 경험하지 못했었다.
'이기준 인사파동'을 거친 뒤 노 대통령은 홍보참모를 통해 '사실상 내정자'를 반(半)공식적으로 알려줬다.
이강철 시민사회수석,김완기 인사수석 등은 이렇게 발탁됐다.
이 때는 "과도한 인사취재로 기자들이 힘들지 않게 해주겠다"는 '취재편의 제공'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모 차관급 인사가 비공식 발표됐다가 취소되는 등 여기에도 문제점은 드러났다.
이후 노 대통령은 새로운 인사방식을 다시 선보였다.
아예 내정자를 복수로 공개한 것이다.
이주성 국세청장 내정자 등이 이 방식을 거쳤다.
여기에도 당사자의 인권문제가 제기됐고,노 대통령에게는 "자신감 결여"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번 경제부총리 인사에서는 또 다른 방식이 시도된다.
유력 후보를 압축해가는 과정은 같지만 검증작업에 언론을 적극 동참시켜나가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검증에서 문제가 보이자 예비 카드를 전격 빼내고 바로 보여주기도 한다.
한 측근은 "언론에서 검증해 여론을 정해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이 모든 어려움이 결국은 청와대 스스로 수준을 높인 투명·청렴의 사회적 기준 때문이기도 하다.
기준점은 높여놓고 구시대를 지나온 인물에서 적임자를 찾으려니 힘드는 것이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