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참여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관련 학계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김수행 서울대 교수(경제학),오세철 전 연세대 교수,강수돌 고려대 교수(사회학) 등 전·현직 교수 58명은 최근 '민주노총 대의원들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투쟁노선을 고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합의체제(노·사·정 대화)에 매달리면 노조운동의 깃발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민주노총을 어용노조로 전락시킬지 모를 사회적 교섭안을 폐기시키라"고 주장했다. 이들 좌파성향 학자의 주장은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려는 이수호 위원장 등 민노총의 현 집행부에 대한 정면비판인 동시에 단병호 전 위원장의 길거리 투쟁노선을 지지하는 일부 현장노조 지도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춘투를 앞둔 노동계의 풍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작년 정부의 불법파업 원칙대응 등으로 움츠러들었던 투쟁성향의 산업현장 노조들이 올 춘투를 앞두고 이들 학자의 투쟁촉구에 힘입어 전열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투쟁촉구 성명에 대해선 민노총 내부 뿐만 아니라 중도노선의 관련학자들 사이에서도 "모처럼 경기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위험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세계화·정보화로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안도 없이 투쟁노선을 계속 고집할 경우 노동자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누구를 위한 노동운동인지 지향점이 불분명한 게 좌파성향의 맹점"이라고 지적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자본을 투쟁대상이 아닌 대화파트너로 삼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숭실대 조준모 교수(경제학)도 "국제시장이 분업화 개방화되고 있는 마당에 투쟁노선만 고수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고 논리적 허위에만 집착하는 꼴"이라며 "기아차노조의 취업비리사건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폭력사태 등으로 노조에 대한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일부 학자들이 투쟁을 촉구하는 것은 노조의 공멸을 자초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집행부도 지난달 24일 '진보를 자처한다는 일부 교수들의 분별 없는 처신에 우려를 표한다'는 반박성명을 내고 "사회적 교섭을 하면 어용노조로 전락한다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이들의 일방적 주장이 물리력을 동원해 대의원대회를 파행으로 이끈 일부 단체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