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경영'으로 불황 뛰어넘는 中企人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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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당6락'. 5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장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사업을 잘하는 기업인일수록 수면시간이 짧다는 중소기업계의 속설이다.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 남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을 열어 제치고 있는 중기인들이 많다. '새벽경영'으로 불황을 뚫고 있는 것이다.
지난 40년 간 '나사 인생'을 살아온 임정환 명화금속 대표는 단 하루도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나사분야에서 80여개의 특허를 따낸 그는 4시간도 온전하게 자는 게 아니다. 자다가 깨어나면 으레 화장실을 다녀온 뒤 꿈에 나타난 영감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
임 대표는 잠자는 시간을 아껴 새로운 기능을 내장한 나사를 끊임없이 개발했다. 처음 자전거 부품용 나사를 개발한 그는 자동차용,항공기용을 거쳐 지금은 인공위성용 나사까지도 생산하게 됐다. 임 대표는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의 일과를 메모하고 동이 트기 전 회사로 출근했다.
이진우 업그레이드정보시스템 대표는 새벽 4시30분이면 눈을 비비며 일어나 일단 컴퓨터 전원부터 켠다. 컴퓨터조립업체를 경영하는 이 대표는 "미주지역 바이어들이 주로 새벽시간에 주문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 컴퓨터를 켤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소개한다.
연세대 행정학과에 다니던 시절 친구들 사이에 잠꾸러기로 소문났던 그는 고화질 게임기 연결장치인 VGA컨버터의 해외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새벽전사'로 거듭나게 됐다고. 이 대표는 저녁 술자리가 길어져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더라도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컴퓨터의 전원을 누른다.
플랜트설비업체인 오시엔지의 최종선 대표는 "새벽에 일어나 조기축구를 즐겨하는 덕분에 조기축구회원인 모회사 사장으로부터 82억원짜리 공사를 수주받았다"고 밝힌다. 그는 "저녁 술자리에 만난 사람보다 새벽모임이나 조찬회에서 만난 기업인들이 확실히 신용도가 높다"고 잘라 말한다.
이처럼 사업이 잘되는 기업인은 한결같이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 올 들어 금융기관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주는 업체로 급부상한 비주얼인포시스의 이진표 대표는 "사장의 건강과 회사의 성장은 비례한다"며 '새벽경영'의 배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이 대표는 "사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의욕적인 전략을 펴지 못한다"며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는 건 할일과 해야할 일이 많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사는 이 대표 자신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자 마자 조깅과 수영으로 몸을 만든 뒤 회사로 출근,손수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 대표는 "화장실이 지저분한 회사엔 투자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며 깨끗한 마음으로 일하면 능률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최근 조흥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등에서 여신서류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주고 있는 비주얼인포시스는 태국 등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도 오더가 밀려오기 시작했다고 이 대표는 귀띔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