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화가인 이왈종씨(60)와 도윤희씨(44)가 나란히 개인전을 갖는다. 이씨는 5년만에,도씨는 6년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3월3일)와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3월4일)에서 각각 열린다.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아트페어에 단골로 참가해 한국 화단의 성가를 높였던 중견작가 도윤희씨는 2001년 갑자기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미술계에서 종적을 감췄다. 개인전은 물론 해외 전시에도 일절 참가하지 않고 작업에만 전념해 왔다. 캔버스와 오랫동안 씨름한 탓인지 그의 신작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변해 있었다. 도씨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존재(Being)'시리즈에서 변화를 시도한 '식물성 잔해'시리즈를 비롯해 길이만 7m가 넘는 '내 안에 침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3부작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기존 작품들이 자연의 이미지를 파고 들어갔다면 신작들은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이미지다. '내 안에…'의 경우 연필로 드로잉한 후 바니시(코팅제)로 바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완성된 그림이다. 작가는 "밤에 흘러가는 한강물을 보면서 느낀 점을 화면에 옮겼다"며 "3부작 완성하는데 꼬박 1년6개월이 걸렸다"고 소개한다. '천국과 지상의 두 개의 침묵은 이어져 있다'는 작가가 유명관광지인 중국 구이린을 몇 번 방문해 느낀 산의 이미지를 표현한 신작이다. 화면 위에 있는 산 이미지는 천국을,아래는 지상을 의미하는데 천국과 지상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기존작에서 변화를 시도한 '식물성 잔해'는 시들어가는 낙엽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새 생명의 탄생에 대한 직관을 표현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그의 작품들은 이전보다 더 성숙된 깊이가 느껴진다. 4월9일까지.(02)511-0668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