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사복에는 '제품'만 있지 '브랜드'가 없습니다. 상표 라벨만 떼고 보면 어느 것이나 다 똑같아요."


작년 9월 LG패션 '마에스트로'의 패션 컨설턴트로 영입된 이탈리아의 신사복 전문가 클라우디오 테스타씨(53)는 22일 서울 압구정동 LG패션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별 차별화 없이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테스타씨는 세계 고급 원단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기업 로로피아나 출신의 신사복 상품기획·마케팅 전문가다. 원단 업체에 머물러있던 로로피아나를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지난 6개월 간 이탈리아와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마에스트로의 패턴·상품 개발,브랜드 토털화 작업 등을 진행해 왔다.


"한국 신사복은 소재나 봉제기술은 수준급이지만 브랜드별 독창성이 없습니다. '로로피아나''제냐'처럼 이른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클래식한 남성 정장이라도 매 시즌 다양한 컬러와 독창적인 실루엣으로 그 브랜드만의 고유 이미지를 만들어갑니다. 반면 한국 신사복은 어딜가나 회색 감색 검정색 등 짙은 톤 일색입니다. 개성있는 실루엣도 없어서 단순히 몸만 가리는 옷이라는 느낌까지 듭니다."


컬러나 스타일 외에 매장 디스플레이는 더 큰 문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마네킹에 정장 상·하의,넥타이 맨 셔츠를 입혀놓는 게 전부라는 것. 공급자 위주로 단순히 제품만 보여주려고 했지 소비자 입장에서 구두 벨트 가방 등 다양한 소품들과 옷을 어떻게 매치시켜 입을 수 있는지 소개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테스타씨는 "지난 6개월 간 '마에스트로'의 패턴을 인체공학적으로 개선한 만큼 앞으로는 다양한 컬러 매치와 토털 코디법을 제안하는 매장 디스플레이를 통해 '마에스트로'를 고품격 명품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밀라노국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테스타씨는 대학 3학년 때 밀라노 최고급 명품숍인 'M 바르델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가 돼 패션업계에 입문했다. M 바르델리에서 10년 간 상품기획·매장디스플레이 업무를 맡았으며 지난 93년부터 10년 간 로로피아나에서 기획·총괄 디렉터를 역임,전세계 10개국에 있는 맞춤정장 매장을 관리해왔다. 알 파치노,숀 코너리 등 유명 스타들과 스페인 국왕 등이 그의 단골 고객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