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3세대(3G) 휴대폰에서는 '세계 최강' 자리를 넘볼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들의 최대 라이벌은 일본 업체들이 될 겁니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 3세대 이동통신 전시회 '3GSM세계회의(3GSM World Congress)'에서 만난 한국 휴대폰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 "한국 업체들이 '조그만 성공'에 너무 자만했던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고,"3세대 휴대폰(3G폰)에 관한한 기술력에서 일본이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은 소형 전자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다. 1979년에 세계 최초로 이동전화를 상용화한 '통신강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휴대폰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설움을 겪었다. 유럽식(GSM)도 미국식(CDMA)도 아닌 독자기술을 이동통신 표준으로 채택한 결과 '왕따'를 당했던 것. 세계시장과 다른 표준을 채택하다 보니 일본 휴대폰 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업체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지멘스 LG전자 등에 밀려났다. 이에 일본은 한국과 달리 2세대나 2.5세대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3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른바 '퀀텀점프(Quantum Jumpㆍ비약)'다. 그 결과 2001년 10월 세계 최초로 3세대인 WCDMA 서비스를 도입했고 현재 1천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일본 휴대폰 업체들은 자국 3G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NEC는 지난해 세계 3G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샤프와 파나소닉도 3G폰에서는 메이저로 대접받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이번 3GSM세계회의에서 최고의 3G폰에 주는 '베스트 3GSM 핸드셋'상을 받았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유럽이 계획대로 2002년에 WCDMA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세계 휴대폰 시장은 지금쯤 일본 업체들 손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서비스가 늦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CDMA 서비스가 요원한 국내 상황을 생각하면 '다행'이라고 하기엔 갈길이 너무 멀다. 칸(프랑스)=김태완 IT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