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맥주의 대명사'로 불리며 한때 시장점유율이 70%를 웃돌았던 'OB'맥주.그러나 이제는 시장점유율이 10%대로 추락하며 처량한 '올드 브랜드'신세로 전락했다.

20일 주류공업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3대 맥주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하이트맥주의 '하이트'가 56.6%로 가장 높고 오비맥주 계열의 '카스'와 'OB'가 각각 27.8%와 15.6%로 나타났다.

특히 OB의 경우 지난해 말 18.8%로 사상 처음으로 10%대까지 밀려난 후 올들어서는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OB는 조선맥주(하이트맥주의 전신)가 하이트를 출시한 지난 93년만 해도 70%의 절대적인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96년 하이트에 선두를 내준 후 꾸준히 하락,2003년부터는 카스에도 뒤지는 '꼴찌'브랜드가 됐다.

OB의 하강속도가 이처럼 빨라지는 것은 맥주의 주 소비층인 젊은층과 직장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맛 측면에서 열을 통해 살균하는 열처리 맥주인 OB는 필터를 통해 살균하는 방식(비열처리)인 하이트나 카스에 비해 '톡 쏘는'맛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맥주 원료에 쌀까지 넣어가며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도 문제다.

53년의 브랜드 역사를 지녔지만 이제는 핵심 고객층이 장년층에 국한돼 있다.

두산이 맥주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OB베어스' 야구단이 '두산베어스'로 바뀐 뒤에는 'OB베어스' 후광효과마저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비맥주는 OB보다는 카스 판매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의 주력 고객층인 젊은층을 잡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의 초점을 카스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OB의 판매 부진은 모기업인 인베브의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베브가 올들어 자사 계열 브랜드인 네덜란드 '오렌지붐'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출물량을 광주 공장에서 생산케 한 것은 이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이천공장과 함께 OB의 생산라인이 있는 광주공장은 한때 가동률이 50%에도 못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OB의 '날개없는 추락'이 언제 멈출지 주류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