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인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진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특히 386세대가 그렇다.


격랑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면서 극단과 흑백 논리에 익숙해지고 급기야 보수와 진보의 간극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한국인들.


신간 '보수·진보의 논쟁을 넘어서'(현승윤 지음,삼성경제연구소)는 이 지점에 렌즈를 들이댄다.


그리고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사상이 아니라 방법론에 있다'면서 '이제 보수가 옳은가 진보가 옳은가 하는 문제보다 보수적인 방법론이 옳은가 진보적인 방법론이 옳은가로 논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논거는 이렇다.


그동안 한국의 보수 세력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화를 촉진시키는 자유,특히 사상의 자유라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구세력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반면 진보주의는 끊임없는 탄압 속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없었고 검증도 완벽하게 받지 못했으며 '의도'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결과'만 낳았다.


그런데 현실을 개선하려는 '변화'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이다.


이 책은 '무엇인가를 지킨다'는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이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사회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려면 경제적 자유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자유의 성과물은 불평등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사회적인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자유를 인정하는 가운데 낙오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1백60쪽,5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