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10명중 3명 "돈 줘서라도 취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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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만 된다면야 얼마를 못 내겠어요.1천만원을 내더라도 연봉이 2천만원이면 남는 장사인데….백수로 1년을 노느니 입사 조건으로 1년 월급 안 받고 일하는 셈 치면 되잖아요."
지난해 서울 모대학을 졸업한 후 2년째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는 김승현씨(가명·29)의 말이다.
최근 기아차 노조의 '일자리 장사' 파문에 대해 김씨는 "방법만 알면 나도 일자리를 사겠다"며 어깨를 떨궜다.
'돈을 내고서라도 취직을 하고 싶다'는 게 비단 김씨만의 심정이 아니다.
구직자 10명 가운데 3명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가 최근 구직자 2천3백54명을 대상으로 '취업 알선을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한다면 응하겠느냐'는 설문 조사 결과 30.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03년 8월 같은 내용으로 조사했을 때(1천3백83명 중 2백55명·20.6%)보다 9.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부정입사'에의 욕망은 취업 스트레스와 정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19.6%)보다 남자(38.1%),수도권 거주자(21.4%)보다 지방 거주자(40.9%) 가운데 '금품 제공도 하겠다'는 답이 많았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백수'로 지낸 기간이 길수록 '부정입사 유혹에 응할 의향이 있다'는 답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스카우트의 김현섭 대표는 "기아차 사건이 터졌을 때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현실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부정입사라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엄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구직자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취업난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도덕 불감증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