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질전환 복제돼지 분야 바이오 벤처기업인 엠젠바이오(대표 박광욱)의 사원들에게 돼지는 그야말로 '복덩어리'다. 무궁무진한 산업적 가치를 가진 바이오 장기 상용화의 열쇠를 바로 이 돼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로 부터 사람에게 쓰일 수 있는 장기를 개발해 낼 경우 바이오 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엠젠바이오 연구원들이 돼지에 쏟는 정성은 사람을 향한 것 이상이다. 연구원들은 새끼 돼지가 경기도 이천의 사육장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 역할을 한다. 갓 태어난 새끼 돼지가 혹시나 잘못되지나 않을까 밤을 새워 가면서 돌본다. 새끼가 태어날 때 죽는 엄마 돼지를 대신해 분유도 먹여줘야 한다. 이종장기 개발의 꿈을 향한 집념이 있기에 가능한 모습들이다. 엠젠바이오가 이같은 노력의 산물로 올해 면역거부 반응을 없앤 형질전환 돼지를 야심차게 선보인다. 바이오 장기 상용화의 최대 난관인 면역 거부반응을 없앨 수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개발,이를 이용한 복제돼지 생산에 나선 것이다. 엠젠바이오는 급성·만성·세포성 면역거부의 원인이 되는 돼지 유전자를 찾아냈으며 이를 제거하거나 사람의 면역 유전자를 돼지에 넣어주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 전달 매개체(벡터·vector)를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활용해 복제돼지를 생산하게 되면 이종 장기와 고가 치료용 단백질 생산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봤다. 관련 기술과 돼지에 대해선 특허를 신청할 계획이다. 엠젠바이오는 이미 국내에서는 형질전환 복제돼지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통해 왔다. 2002년 설립돼 이듬해인 2003년 국내 최초,세계에선 두번째로 형질전환 돼지인 '형광이'를 탄생시키며 국내에선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같은 저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광욱 사장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미국 미주리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2001년 돼지의 난자에 형광 해파리의 형광 유전자를 넣은 체세포를 주입,세계 최초로 온몸에서 형광을 내는 형질전환 돼지(일명 노란 돼지)를 탄생시켰다. 박 대표는 이어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유전자인 'GGAT1'을 체세포 배양 단계에서 제거,초급성 면역거부 반응을 없앤 돼지를 생산해 내는 데도 성공,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를 포함해 12명이 전부인 엠젠바이오의 최종 목표는 물론 바이오 장기 개발이다. 아직은 세계 선두권 연구진에 약간 뒤처져 있긴 하지만 내년을 지나면서 거의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봤다. 아울러 형질전환 돼지로부터 인슐린이나 인터페론과 같은 고가의 의약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에서도 조만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대표는 "복제산업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며 "우리나라도 과감하게 투자하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