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인사발령으로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총각회사원 Y모씨(30). 그는 설 연휴를 앞두고 할일이 많았다. 회사 근처에 마련한 원룸에 집기넣는 일,주민등록 신고하는 일,전화 설치하기 등. 설 연휴를 즐기려면 빨리 끝내야 할 일들이었다. 지난 3일 대충 집꾸미기를 마친 그는 전화설치를 위해 인근 전화국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복잡한 신청서를 보고 짜증이 났다. 그는 시내전화사업자로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이 있고 시외전화사업자로 KT 하나로텔레콤 온세통신 데이콤 SK텔링크 등 5개 사업자가 있는 것을 알고 '이렇게 많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Y씨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Y씨는 상담원을 찾았다. 그가 가장 궁금했던 점은 시내전화 사업자와 시외전화사업자를 동일하게 선택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상담원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시내전화사업자와 시외전화사업자를 같은 회사로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회사로 할지는 선택사양이라는 것. 결국 Y씨는 시내전화는 KT를,시외전화는 자주 쓰더라도 가격이 낮게 나오는 업체를 신청했다. Y씨처럼 시내전화와 시외전화 사업자를 복수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지난 1일부터 시내전화 사업자로 KT와 하나로텔레콤 외에 데이콤이 추가됐고 시외전화로는 SK텔링크가 더해져 총 5개 사업자로 확대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또 기존에는 구두로 설명되던 시외전화 가입 권유 내용이 정형화된 5개 문항으로 정리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도 드물다. 정보통신부는 1일부터 데이콤과 SK텔링크가 새로 추가 돼 신청 업체가 한층 넓어졌다고 전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시내전화는 직접 신청하고 설치하는 것인 만큼 확인이 가능하지만 시외전화는 교환기 연결만으로 하기 때문에 애초 신청 때 시외전화 사업자를 잘 선별해서 신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대충 알려주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외전화 가입의 경우 검증이 허술한 단점이 있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업자협회가 '시외전화등록센터'에 등록된 시외전화 가입자 현황을 일부 샘플링해 소비자가 원하는 희망 시외전화가 서비스되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허점이 있다. 시장에선 아직도 기존의 사업자인 KT와 하나로텔레콤으로 시외 전화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7월 이후 12월까지 두 회사의 시내전화 가입자 대비 시외전화 가입 비율이 각각 85.5%, 90% 이상에 달하고 있다. 서비스가 좋아서 그냥 시내전화와 시외전화를 같은 회사 것으로 쓰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선택가능성을 제대로 알리면 이런 쏠림현상은 줄어들 것이라는 게 통신위원회 측의 분석이다. 통신위원회는 "소비자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시외전화를 선택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고 권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