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줌마'는 진정한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자유를 외치는 진보주의자도 권력을 잡는 순간 독선으로 흐르게 마련이지요.
진짜 자유주의자는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배척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까요."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탤런트 겸 배우 정한용씨(51)가 연극무대로 돌아왔다.
오는 18일부터 3월27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포의 정치풍자 모노드라마 '호랑이 아줌마'(연출 김종석)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중국 대장정에 참여한 낙오병이 암호랑이를 만나 용기를 얻는다는 이야기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단순한 듯한 줄거리 속에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고도의 풍자가 담겨 있다.
"(정치판에서) 망가져서 돌아왔는데 관객들이 반겨줄지 걱정스럽습니다.
또 배우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모노드라마여서 부담도 큽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주인공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많은 사회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경력은 도움이 되겠지요.
무슨 배역이든지 할 수 있다는 각오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일 오전 KBS FM '정한용 왕영은입니다'(매일 오전 9~11시)를 진행한 뒤 압구정동에 있는 '썰렁한' 공간에서 맹연습을 하고 있다.
영화는 카메라 조명 편집 등으로 배우의 연기를 보완해 줄 수 있지만 연극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다른 연기자도 없고 무대와 의상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 작품이다.
"배우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죠.하지만 배우는 우주도 창조해 낼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이번 무대는 그야말로 배우가 관객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창조적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방송드라마보다는 연극이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지난 74년 서강대 재학시절 연극 '서쪽나라의 멋쟁이'로 출발한 그는 연극 무대와 방송드라마에서 경력을 쌓아오다가 96년부터 2000년까지 국회 재경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