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진의 명백한 잘못으로 회사 주가가 하락했다 하더라도 경영진이 주주에게 직접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정장오 부장판사)는 13일 옛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기계의 소액주주 2명이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전 한라그룹 회장)을 상대로 "부실 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자금 지원으로 만도기계가 부도난 만큼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 회장이 한라중공업 등 부실 계열사에 자금 지원을 하도록 해 만도기계가 부도났고,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져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이는 '간접손해'에 불과하므로 상법 401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법 401조에는 회사 주주가 이사의 악의(惡意) 또는 중대한 과실로 '직접손해'를 입은 경우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93년 판결에서 "이사가 회사 재산을 횡령해 회사 재산이 감소하고,그 결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것과 같은 '간접손해'는 상법 401조상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주주의 '간접손해'는 회사가 이사로부터 배상을 받으면 자연히 보전되는 것이고,회사가 이사의 책임 추궁에 소극적인 경우에는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해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 회장 시절인 지난 97년 한라시멘트와 만도기계 한라건설 등 한라그룹 3개 우량계열사에서 2조1천억원을 빼내 한라중공업에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