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貧者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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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인구를 이끄는 중국 지도부가 떨고 있다.
89년 톈안먼 사태 때 무력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가 사망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지도부의 두려움은 사그라지지 않은 듯하다.
자오의 장례식을 치르고도 유골을 베이징 자택으로 갖고 온 유족과 중국 당국간의 자오에 대한 재평가 줄다리기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자오의 사망소식은 당일 56자의 짤막한 내용만이 중국 인터넷매체와 신문에 보도됐고,중국의 TV와 라디오는 장례식이 치러진 뒤에야 방송을 내보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3억명 이상이 휴대폰을 쓰고,1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사회주의식 언론통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중국 지도부가 떨치고 싶어 한 두려움은 무엇일까.
부패한 부자와 관료들로부터 박탈감을 느껴온 '빈자(貧者)'들의 반란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빈자 계층은 개혁개방 혜택에서 소외된 9억명의 농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1980년대 1.8대 1이던 중국의 도농 간 소득격차는 최근 3.2대 1로 벌어졌다.
중국 역사상 39개 왕조에서 10여개의 대규모 농민 반란이 있었고,민란은 체제 전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의 지속을 지상과제로 삼는 중국 지도부의 두려움이 여기에 있다.
89년 톈안먼 사태 역시 빈부격차 확대라는 토양 위에서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정책 1호 문건으로 3농(농촌 농업 농민)문제 해결책을 채택한 것이나,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한 농업세를 전국의 70%인 22개 성이 이미 폐지하고,부패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한결 같이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절박함을 보여준다.
도시 속 빈부격차도 위험 수위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빈발하는 중국 내 대규모 시위는 우려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베이징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