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오롱 구미공장 ..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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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만 믿다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이제 집행부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차라리 노조가 없었더라면 이 지경까진 오지 않았을 텐데…."(㈜코오롱 구미공장 노동조합원 C씨·필름생산라인 근무)
생산직 근로자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코오롱 구미공장에서는 노동가요가 사라졌다.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노조 집행부는 물론 민주노총 산하 화섬연맹 간부들과 구미지역 시민단체들까지 합세해 치열한 선전전을 벌였지만 노사간 합의서가 발표된 1일 오후 구미공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코오롱 노사는 이날 오전 생산직 25%(5백명)를 감축하고 총 임금을 15% 삭감하는 내용의 '인원조정 관련 합의서'를 체결했다.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대의원들은 합의서 내용에 반발해 아직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산라인에서 만난 일반 조합원들은 합의 내용에 관한 공고문을 침착한 모습으로 읽고 있었다.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된 게 그나마 다행이죠.
회사가 잘 돼야 노조도 있는 겁니다.
그동안 노조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왔어요.
구미에서 코오롱 노조가 가장 강성이었죠.
회사가 어려우면 진작에 실감하고 노조가 먼저 임금을 삭감하는 풍토가 조성됐어야 하는데…."(조합원 K씨.스판덱스 생산라인 근무)
C씨,K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그동안의 노조 활동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4일부터 있었던 파업 찬반투표가 조합원의 투표 참여율이 낮아 중단된 것도 노조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조합원 P씨는 "민주노총은 너무 정치적인 색깔을 띠고 있고 조합원들의 이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한국노총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말 이미 조기퇴직을 신청한 K씨는 "화섬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지난 2000년경부터 이런 사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그 때 미리 조금씩 준비했어야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구미=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