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복국집 창업을 통해 김진주씨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나홀로 창업'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보다 몇배 힘든 일인데도 김씨는 자신의 운과 능력을 과신했다.


"부산복국의 작은 성공이 저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 같아요. 큰 준비없이 뛰어들었어도 장사가 짭짤했거든요. 두 번째 창업때 만반의 준비를 하지 못한게 지금도 후회됩니다."


김씨는 음식점의 기본이 맛이지만 정성스런 서비스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해운대복국 폐업뒤 절실히 깨달았다.


종업원을 구하고 손발 맞추기가 주인에게 가장 힘든 현실을 감안,인력 활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안을 마련해 놓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개점만 서둘렀지 대비책 마련을 소홀히했다.


오픈전에 주방,서빙,배달 등 점포운영 시스템을 반드시 완비해야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한 것이다.


종업원 2명 중 1명이 무거운 뚝배기 그릇이 힘들다며 그만두자 김씨는 당장 곤욕을 치러야 했다.


복요리사 자격증을 가진 김씨는 주방에서 꼼짝 못하고 서빙은 오로지 종업원 몫이었다.


자기 점포도 아닌데 종업원이 1인 2역을 감수할리 만무한 일.


"저를 아껴주는 동네 어르신들이 단체손님이라도 몰고 오는 날이면 가게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주방에서 혼자 요리를 만드느라 손님들은 한없이 기다렸고요,서비스도 엉망이었어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김씨가 이럴 수 밖에 없었던 근본 요인은 부족한 자금 때문이었다.


4천만원을 마련,겨우 점포 문을 열었지만 주방장을 따로 두거나 종업원을 여유있게 부리기엔 턱없이 자금이 모자랐다.


그러다보니 초기 홍보활동도 전단지 한번 돌리는 것으로 끝냈다.


주부창업의 경우 가족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자금이나 경험,가게입지 등 불리한 여건에도 성공한 주부들의 뒤에는 어김없이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다는게 장사 베테랑들의 조언이다.


김씨의 경우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사람도,지친 몸을 추슬러주는 사람도 없었다.


가게가 뜻대로 굴러가지 않고 벽에 부딪치자 '온 몸으로 도와주겠다'던 남편에 대한 원망만 커져갔다.


"남편에 대한 실망감은 제 몸 안의 에너지를 마르게 했습니다. 여기서 생긴 가정불화가 제 사업의지를 단번에 꺾은 겁니다. '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 고생을 하나'하는 회의가 몰려온 뒤에는 가게에서 벗어나고픈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