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은행과 증권사들이 채권거래 때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헤지를 할 수 없는 10년짜리 국고채에 무리하게 투자를 늘렸던 점도 매매손실폭을 키웠던 요인으로 지적됐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채권투자 손실폭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채권을 자동적으로 매각하는 '스톱 로스(stop loss)'규정을 두고 있으나 일부 은행과 증권사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채권금리 급등(채권가격 급락)과정에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담당 임원은 "일부 은행과 증권사는 운용본부장 등의 승인을 얻으면 스톱로스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내 예외규정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손절매를 제 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담당 부장도 "통상 채권가격을 기준으로 3% 이상 손실이 발생하면 스톱로스를 적용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최근 채권가격 급락 과정에서 매도측과 매수측간에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스톱로스를 통한 매도를 주저해 손실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은행은 지난해 1조5천억원대의 채권을 운용하면서 연간 4백억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벌었으나 이달에는 2백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지난해 전체이익의 20%를 채권팀이 벌어들였던 점에 고무된 나머지 경영진이 스톱로스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형은행도 올들어 채권운용에서 1백억대의 손실을 봤으며 대형증권사 두 곳도 50억∼6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고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 금융회사 가운데 일부는 현재 채권운용을 중단시키는 등 긴급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