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로 펀드로.' 시중 부동자금이 저금리를 피해 간접투자의 상징인 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그 핵심은 적립식 펀드다.


연초 불어닥친 코스닥 돌풍이 거래소시장으로 옮겨 붙으면서 '대박'심리가 되살아 나고 있지만,적립식 펀드는 오히려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개인들이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직접투자보다 적립식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선호해서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적립식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천5백억원에 이른다.


불과 두세 달 전만해도 한 달 유입금액이 1천억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특히 1월 들어선 자금 유입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적립식 펀드 신규 계좌수로 보면 매주 2만5천여개씩 증가하는 추세다.


평균 5초당 한 개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적립식 펀드 누적 계좌수는 1월 중순 현재 80만개,누적금액으로는 1조8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백가구당 6가구 정도가 가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립식 펀드 열기 덕분에 증시자금이 보강돼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해균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적립식 펀드가 증시에 훈풍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간접투자 기조를 정착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의 인기비결


적립식 펀드가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은 주가지수 변동에 상관없이 장기간 투자하면 어느 재테크 수단 못지않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도덕제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장은 "적립식 펀드는 은행의 적금처럼 매달 일정금액을 펀드에 넣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수익률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간접투자 상품 중 단연 으뜸"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적립식 펀드는 주가지수에 따라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매달 일정액을 투자함으로써 주식이 비쌀 때는 적게 사고 쌀 때는 많이 사게 돼 투자기간에 주식의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비용 평균화(Cost Average)'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펀드 속성상 주가가 하락하면 단기간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 3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 94년 6월 첫 선을 보인 적립식 펀드의 원조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개인연금 주식형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펀드의 최근 1개월간 수익률(지난해 12월말 기준)은 마이너스 1.09%.하지만 지난 6개월간은 2.75%,1년간은 4.27%,3년간은 47.35%,10년간은 1백3.99%로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다.


이 펀드에 10년간 가입한 투자자라면 매년 10%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셈이다.


◆지금 가입해도 될까


일부에선 최근 주가가 단기 급등한 만큼 지금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면 향후 높은 수익률을 얻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한다.


이해균 본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단기간에 900선 이상으로 급등한 만큼 앞으로 더 오를지,아니면 조정을 받을지 시황 전문가들간에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수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상승에 베팅해 직접투자에 나설 경우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며 "반면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면 이 같은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에서 급조정을 받아 800선 초반까지 밀리더라도 적립식 펀드로 투자하면 평균 850선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효과가 나타나 향후 증시가 반등국면으로 진입할 경우 더 큰 시세차익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수가 등락과정을 거치면서 중장기적으로 상승기→하락기→상승기로 이어질 경우 적립식 펀드의 위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