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7:37
수정2006.04.02 17:40
절삭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인 엔드밀(초경공구)을 생산하는 와이지원은 지난해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해외 70개국에 7천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 회사의 엔드밀 생산량은 월 1백만개로 세계 최대규모다.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들과 벌이고 있는 시장쟁탈전에서 승리,대부분의 수출품목이 해외 주요시장에서 1,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수출과 내수 비중은 7대3이다.
이 회사가 공구분야에서 '글로벌 서플라이어(세계시장 공급자)'가 된 것은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특히 마케팅에 열정을 쏟았다.
81년 와이지원을 출범시킨 송호근 사장은 매년 국제전시회에 참가,기술개발과 시장동향을 체크하고 있다.
12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송 사장은 "시장이 넓어도 앉아 있으면 내것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2백30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60%인 8천9백억원어치(약 8억달러)를 해외에 내다 팔았다.
지난 2000년에 4천억원에 불과했으니 4년만에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메이커에 제동·조향·현가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은 물론 기술력 때문이다.
만도는 국내에서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해외법인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술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국내 5곳,중국 미국 독일 등 해외 3곳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마련해 놓고 있다.
독일 보쉬와 미국 델파이 등 다국적 부품업체가 취하고 있는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자동차용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생산하는 삼신화학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66% 급증한 5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년전부터 본격화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GM대우 등 국내 완성차 메이커 모두의 1차 벤더(부품공급업체)로 등록돼 있다.
GM 폭스바겐 닛산 마쓰다 등 다국적 자동차회사에도 1차 부품공급업체로 등록돼 있다.
이밖에 심텍 태양금속 등도 글로벌 서플라이어로 우뚝 솟은 케이스다.
국내 부품ㆍ소재산업이 위기와 기회를 함께 맞고 있다.
한일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될 경우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직격탄을 맞을 게 분명하다.
기술력은 물론 자금력,마케팅 등 대부분에서 일본기업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한결같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하지만 우수한 부품소재 중소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애써 수출해서 번 돈을 부품·소재 수입에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IT(정보기술)는 물론 BT(생명공학기술),NT(나노기술) 등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대기업과 부품소재기업의 유기적인 협력 및 발전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2010년까지 부품·소재분야의 기술혁신을 주도할 3백개 중견 부품·소재기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들에 투자하는 대기업의 경우 출자총액제한의 예외까지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존 부품소재산업 지원은 창업단계의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정작 창업단계를 벗어나 한단계 점프하려는 중견기업에 대규모 수혈이 이뤄지진 못해왔다.
홍정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소재업체의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하고 이들을 글로벌 서플라이어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모아지고 있다.
이부호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전무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할 경우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가칭 '부품·소재산업 국제화펀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 펀드를 통해 글로벌서플라이어 후보군의 부품소재업체를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